항공전문가·지배구조개선…가열되는 한진 경영권 분쟁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과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명분전(戰)이 가열되고 있다. 양 측은 서로를 향해 "항공·물류산업 전문가가 없다", "밀실 경영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맞붙고 있다.
◆항공전문가 부재론 = 한진그룹은 3자연합이 내놓은 사내·외이사 후보군에 항공산업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적극 부각하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항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주주제안이란 것이다.
실제 3자 연합측의 김신배 전 SK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각기 통신·전자산업만 경험했을 뿐 한진그룹의 주력인 항공·물류업과는 별다른 연이 없다.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는 항공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는 하나 비상근인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라는 점이 약점이다.
반면 한진그룹은 그룹 내 '재무통'인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군으로 선임키로 했다. 하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만 30여년을 근무하며 재무·전략 부문을 두루 거쳤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3자연합 측 후보의 전문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는 지난달 13일 3자연합 측 후보군 선임안에 모두 반대를 권고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제안한 후보의 전문성이 특별히 이사회 측 후보에 비해 더 높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글로벌 네트워킹 등 전문성은 물론 경험과 인맥이 중요한 산업"이라면서 "일부 후발주자가 사업 초기 난맥을 겪었던 것도 이런 전문성과 네트워킹의 부재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국면에선 더더욱 좌고우면할 시간도 없다"고 지적했다.
3자 연합 측은 파산했던 일본항공을 재흥시킨 이나모리 가즈오(?盛和夫·88) 교세라 회장의 사례를 들고 있다. 최고경영자에겐 전문성 보다는 경영철학이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배구조 개선 = 3자 연합 측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3자연합은 최근 대한항공 경영진이 지난 1996~2000년 에어버스사(社)로부터 A330 항공기를 도입하는 댓가로 약 180억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했단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3자 연합은 "이번 리베이트 사건은 주주연합이 지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과거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밀실 경영으로는 회사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로 한진그룹이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3자연합 측이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단 지적도 만만찮다. 3자연합의 일원인 반도건설의 경우, 권홍사 회장, 장남인 권재현 상무 등 총수일가가 지주사인 반도홀딩스의 지분 99.67%를 보유 하는 등 전형적 족벌경영체제란 비판이 만만찮다.
편법 승계를 위해 차등배당제도를 활용하고 있단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반도홀딩스는 2008년 지주회사 전환 후 지난 2015년까지 주주배당이 없었으나, 권 상무가 2대주주로 등극한 2015년엔 주당 5만8000원(액면가 5000원)의 중간배당을 헀다. 이에 더해 권 회장은 차등배당제를 활용, 권 상무에게 배당권리를 양보하면서 권 상무의 배당액은 406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선 반도홀딩스의 주주가 사실상 권 회장과 권 상무 두 명인 상황에서, 차등배당을 통해 증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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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선 막판까지 양 측의 상호 여론전이 가열될 것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단판 승부가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양 측 모두 장기전을 내다보고 있는 만큼 공방은 막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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