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 초입 미세한 실수 치명상…"마지막 대국선 내 바둑 두겠다"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이세돌 9단이 19일 NHN 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한돌'에게 불계패로 패했다. 불계패는 계가를 하지 않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초반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와서 너무 아쉽다"며 이번 대국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호선(맞바둑)'을 주로 학습한 한돌이 '접바둑'을 둔 전날 경기와 달리 이번 경기에선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날 패배로 이 9단과 한돌의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9단은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2국에서 한돌과 맞바둑으로 대결을 펼쳤지만,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에 이 9단은 오는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리는 제3국에서 다시 2점을 놓고 한돌과 맞서게 됐다. 이 대국은 이 9단의 생애 마지막 공식 대국이다.
전날 열린 1국의 2점 접바둑에서 승리한 이 9단은 이날 2국 맞바둑에선 흑을 잡고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하지만 중반 초입 좌상귀 접전에서 미세한 실수를 저지른 것이 치명상으로 돌아왔다. 이 9단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한돌은 불과 40여수를 둔 시점에서 승률 그래프가 90%에 육박하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좌상귀 실수로 작은 손해를 입은 이 9단은 하변으로 손길을 돌렸으나 한돌은 단 한 번도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9단은 상대의 약점을 찔러보며 인공지능을 상대로 특유의 '흔들기'를 펼쳤지만, 한돌의 철벽 방어를 뚫지 못했다. 이 9단은 승부사로서 더는 해 볼 곳이 없다고 판단하자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돌을 거두고 말았다.
한돌은 전날 접바둑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92수 만에 대국을 기권했지만, 이날 맞바둑에서는 이 9단을 압도했다. 앞서 한돌은 지난 1월 국내 바둑랭킹 최상위 그룹 박정환·신진서·신민준·이동훈·김지석 9단과도 호선으로 대결해 모두 승리한 바 있다. AI 전문가들 역시 맞바둑에 대한 학습량을 쌓아온 한돌이 이번 경기에선 전날과 달리 이 9단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9단은 대국을 마친 뒤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다"며 "초반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와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대국은 진짜 마지막이기 때문에 승패를 따지지 않고 내 바둑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창율 NHN 게임AI 팀장은 "접바둑으로 둔 전날 이 9단이 보여준 게 있기 때문에 좋은 승부가 펼쳐졌으면 좋겠다“며 ”은퇴하는 자리에 같이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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