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해변 인근에 수변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잘 정비된 해변 공원이고 특히 광안대교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이다. 그런데 이용객이 늘면서 이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늘었다.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관할 구청은 밤 12시가 되면 모든 가로등을 소등해 버렸다. 그 시간이면 공원에 더 이상 머물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시민들의 행동은 반대로 나타났다. 가로등 불빛이 꺼지자 휴대폰 불빛을 밝히거나 휴대용 조명장치를 가져와서 다양한 불빛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당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수변공원은 12시 소등 이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 됐다.
요즘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고 정부의 대책도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는데, 언론과 많은 국민은 정부의 대응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곱지 않게 보는 쪽에서는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기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규제 불가피론과 시장주의 주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주택은 재화이고, 재화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원론적 전제가 붙는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터"가 있어야 하고, 이 장터에는 모든 정보가 정확해야 하며 참여자들에게 평등하게 공유돼야 한다. 이러한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시장주의 원칙만 가지고 문제에 대처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는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장터가 없다. 중개업소를 통해 확인해보는 소위 '시세'라는 것이 유일한 잣대인데,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시세가 어떻게 조사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중개업소에 등록된 호가의 성격이 짙다. 주식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증권시장의 경우 상장사들은 경영상황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작은 변화라도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허위공시를 하게 되면 엄정한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 주식의 가격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수의 참여자가 한곳에 모여 결정하게 된다. 부동산도 거래 희망자들이 한곳에 모여 각각의 매물에 대한 위치, 상태, 구조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최고가격 또는 최저가격부터 거래가 성립되어야 가격다운 가격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자산의 70%를 구성하는 부동산은 이러한 장치 없이 대표성 없는 한두 개의 거래사례와 호가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시세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물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소위 작전세력의 개입도 우려된다. 거래 가능성과 상관없이 부풀려진 호가, 집주인들 간의 짬짜미, 진실성이 의심되는 실거래가 신고 등 우려되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부동산시장에도 증권거래소 같은 제대로 관리되는 장터가 생겨나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서 물건에 대한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고, 이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다수의 참여자가 한곳에 모여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형태의 부동산 거래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제도는 이미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1995년도에 공인중개사법에 부동산거래정보망 제도가 도입되었고, 2006년부터는 모든 부동산 거래에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어 있다. 국내외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장터를 만드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 방면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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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고려대학교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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