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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 이주열 "금통위 15년차 베테랑, 금리 결정 갈수록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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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미용실에서도 경제 이야기 나오면 귀 기울이는 '43년차 한은맨'

기준금리 낮아도 물가 안 오르는 시대…과거 경제이론으로 설명 안 돼

물가안정 VS 가계부채…금리 결정 더 어려워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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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햄버거와 콜라를 좋아한다. 늘 근엄한 표정 같지만 카메라와 마이크가 꺼지면 대개 웃는 얼굴이다. 주말엔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다. 그러다 슬리퍼를 신고 미용실에 가서도 사람들이 경제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본능적으로 귀를 쫑긋 세운다. "주변에선 요즘 경제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다. 43년차 '한은맨' 이주열 총재의 이야기다.


이 총재는 15년 동안 기준금리 결정회의인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했다(부총재 임기 끝난 후 총재 임명까지 2년 제외). 시작은 2003년 조사국장 때부터였다. 옛 통화정책국인 정책기획국 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총재까지 차곡차곡 올라가며 금통위 경력을 쌓았다. 그가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금리를 15번 내렸고, 15번 올렸다. 2014년 4월 25대 총재로 취임한 뒤로는 기준금리를 7번 조정했다. 바닥부터 한은에서 시작해 총재 연임까지 한 덕에 한은 안에서도 누구보다 기준금리 결정 과정의 습성을 잘 아는 '금통위 베테랑'인 셈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최근 들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더 골치가 아프다. 기준금리가 낮아도 물가는 0%대에서 오를 생각을 안하고 따로 노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으면 돈이 풀리면서 물가도 덩달아 올라야 정상인데 오히려 물가는 더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건 비단 우리나라 뿐 만은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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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학자 하노벡이 그의 저서 '인플레이션'에서 "2000년대는 모순과 수수께기로 가득 찬 시대였다.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설명 할 수 있다.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이래 전 세계 증시 변동추이를 보면 옳은 해석이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으론 더 이상 오늘을 설명 못 한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설명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중앙은행이 과거에 비해 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중앙은행이 저물가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저물가 현상이 중앙은행으로서는 불편하겠지만 이를 조금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상급식이나 유류세 인하 같은 생계비 축소용 복지정책,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감소, 온라인 최저가로 설명되는 아마존 효과까지.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많아지면서 '저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고민도 깊어진 것이다.

2011년 한국은행법을 개정하며 이 총재의 말 한마디는 더 무거워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법 제1조 목적 조항엔 물가 안정 뿐이었다. 그런데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며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졌다. 한은은 부채 급증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을 포함시켰다. 이게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 운신의 폭을 더 좁힌 것이다. 물가를 올리려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금리가 낮으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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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방향만 보고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미ㆍ중 무역 갈등 격화로 우리 경제가 입는 타격이 장기화 되면서 물가 하락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 집값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신호만 보내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 붙을수 있는 구조다,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 교과서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해독이 필요하기로 유명한 앨런 그린스펀 전(前) 연준 의장 이야기를 종종 꺼내곤 한다. "오늘 기삿거리가 있었나요? 없었다면 내가 성공한 것"이라고 웃으며 일어선다. 중앙은행 총재가 말을 애매하게 하는 것은 경제 상황과 금리에 대한 그의 언급이 시장에 영향을 미리 끼쳐, 막상 정책을 썼을 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총재의 모호한 한 마디를 두고 훗날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건 한은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이 총재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조사국, 뉴욕사무소, 정책기획국, 부총재보, 부총재를 거쳐 2014년 제25대 한국은행 총재가 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두번째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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