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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On Stage] 무모함-용기, 안나를 바라보는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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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김소현-윤공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비비안 리는 1948년 영화 '안나 카레니나'에 주인공 안나로 출연했다. 1997년에는 소피 마르소, 2012년에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그랬다. 톨스토이가 쉰 살이던 1878년 출간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시공을 초월해 오늘날까지 스크린과 무대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당대의 여배우들과 함께.


2019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재연 무대에서 주인공은 김소현(44)과 윤공주(38)다. 안나는 고관 대작의 정숙한 부인이다. 어느 날 우연히 눈이 맞은 청년 장교 브론스키와 불륜에 빠져 가정까지 버린다. 하지만 브론스키와의 진정한 사랑에 실패하면서 열차에 몸을 던진다.

배우가 아닌 김소현의 삶은 안나와 거리가 멀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와 반대 행보를 걷는 키티의 삶에 더 가깝다. 그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편 손준호와 일곱 살 아들을 키우며 잉꼬 부부로 살고 있다. 김소현은 지난해 안나 카레니나 초연 무대를 재미있게 봤지만 자신이 안나를 연기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맡은 배역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김소현이 안나를 한다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많이 망설였다."

김소현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소현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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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공주는 미혼이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무척 하고 싶었던 배역이었다." 애초 김소현과 함께 안나에 캐스팅된 배우는 차지연(37)이었다. 하지만 차지연이 건강 문제로 하차하면서 윤공주는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았다. 다른 작품 '지킬 앤 하이드'를 하던 중이었다. 윤공주는 지킬 앤 하이드 서울 공연을 마친 뒤 좀 쉬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작품을 한 것은 처음이다. 전화를 받은 다음 날 제작사를 만나고, 다음 날 계약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김소현은 망설임 끝에 도전을 택했다. 안나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이다. 하지만 서서히 무너져가는 안나의 캐릭터는 김소현의 일상에 영향을 줬다. "캐릭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러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너무 힘들었다. 평범한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배역이었다."


김소현은 안나가 자신의 안정된 삶을 걷어차고 브론스키를 따라간 것에 대해 "용기가 아닌 무모함으로 보였다"고 했다. 안나가 기차에 뛰어들기까지의 과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것도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윤공주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윤공주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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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윤공주는 안나의 선택을 용기라고 했다. "안나는 진짜 자기 사랑을 찾아간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느낀 사랑을 위해 남들이 뭐라 하건 그냥 브론스키를 따라간거다. 그것은 정말 용기있는 선택이었고 감히 누구도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윤공주는 "안나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무척 좋았다. 늦게 합류한 탓에 원작을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화려한데 책은 섬세함이 돋보인다. 괜히 명작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소현은 개막 1주일을 남기고 연출가인 알리나 체비크를 통해 안나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막바지 연습을 할 때였다. 체비크는 김소현과 브론스키 역의 김우형(38)만 남겨 늦게까지 혹독한 연습을 시켰다. "연출가가 '과해도 되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했다. 한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내는듯한 연습을 했다. 너무 벅차고 힘들었다. 연출가가 왜 이런 연습을 시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소현은 답답한 마음에 연습을 마친 후 혼자 두 시간을 걸었다. "걸으면서 갑자기 안나의 삶과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체비크가 혹독한 연습으로 나를 가두었던 틀을 깨준 셈이다. 안나는 한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사랑과 행복을 느낀 후 자신의 인생의 길을 찾고자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절망과 고통 속에서 생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안나를 표현하려 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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