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다. 일본인 작가가 쓴 '로마인 이야기' 한두 권쯤 읽지 않은 중년층이 드물고, 이탈리아 관광책자를 가지지 않은 가정도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이탈리아가 있다고 하면 믿을지 모르겠다. 이걸 알려면 우선 이탈리아가 가진 매력들부터 봐야 한다.
이탈리아의 가장 큰 매력은 관광이다. 로마제국, 르네상스 등 찬란했던 역사가 만들어 놓은 로마, 피렌체, 베니스가 이탈리아에 있다. 이 중 한 도시만 가졌어도 관광국가로서 손색이 없으련만 이탈리아는 셋 모두를 가졌다. 이들에 가려서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수많은 도시들을 생각해본다면 이탈리아의 관광자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둘째 매력은 쇼핑이다. 지구상에서 명품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곳이 이탈리아다. 이는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다. 이탈리아는 명품에 관한한 최고의 명성을 가졌으며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상품들도 이탈리아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다. 일 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 정기 세일 기간에 쇼핑객들이 대거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셋째 매력은 음식이다. 피자, 스파게티, 에스프레소 커피는 물론이고 지방마다 특색 있는 싱싱하고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은 현지인은 물론이려니와 이곳에 살고 있는 교민이나 주재원이 예외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탈리아의 셋째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런 매력들과는 달리 남유럽 경제위기, 유럽 최초 포퓰리즘 정당의 집권, 탈(脫) 유럽연합(EU) 가능성, 난민문제 등 언론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이탈리아와 관련된 뉴스들은 이탈리아 경제를 부정적으로 비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함정이 존재한다. 강한 매력들과 부정적 뉴스에 가려 정작 시장(市場)으로서의 이탈리아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해온 것이다.
우선 주목할 것은 서유럽 선진국시장에 속한 이탈리아가 최고급 소비재의 치열한 각축장이라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가방, 신발, 안경, 화장품, 섬유 등 고급 소비재분야의 최고 전시회들이 개최된다. 이들 분야에서 이탈리아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시장에서는 전 세계 상품들이 최고의 권좌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승리하는 상품에는 명품이라는 영예(榮譽)가 주어짐과 동시에 시장에서는 경쟁자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가격이 보장된다. 하루빨리 우리 상품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많이 팔아서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탈리아와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세계 최고들과 경쟁하면서 미래의 시장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이탈리아가 가진 산업 경쟁력이다. 기계ㆍ금속 산업에서는 서유럽 선진국들의 평균을 앞지르는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고, 패션 산업은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재작년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탈리아가 산업 경쟁력 3위(한국 13위) 국가로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산업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산업 응집력에서는 이탈리아를 세계 1위(한국 25위)로 올려놓기까지 했다. 우리가 이탈리아 관광과 명품 소비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사이에 산업 고도화의 비밀과 경험을 보유한 이탈리아와의 협력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산업 고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상품의 확보는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 산업과의 다양한 교류 확대는 긴요하면서도 효과적 대책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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