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교육부 장관 지낸 이해찬 공직사회 속성 잘 알아…장관 릴레이 회동, 공직사회 메시지 효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관료사회에서 '전설의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장관들과 '릴레이 오찬'을 진행한다. 외교부 '기밀 유출' 논란과 맞물려 관료사회 기강해이 문제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30일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오찬을 준비했다. 그러나 헝가리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관계로 이날 예정된 오찬은 일단 연기됐다.

이 대표는 다음 달 25일까지 5회에 걸쳐 2~5명의 장관이 참여하는 오찬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제, 사회, 외교 등 관련 분야 장관들이 점심을 함께하는 형식이다. 이 자리에는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 김성환 대표 비서실장도 참여한다. 여당 대표가 장관과 오찬을 함께 할 수는 있지만 몇 명씩 조를 짜서 '릴레이 오찬'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 회의 도중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 회의 도중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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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관계자는 "부처 장관들과 국정과제, 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부처 건의사항과 당의 역할에 대해 국무위원들로부터 격의 없는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진행한다.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임시국회 대응방안과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맞아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 대표의 장관 연쇄 오찬도 국회의원 워크숍과 맥을 같이하는 행사로 볼 수도 있다.


주목할 대목은 만남의 형식과 시점을 고려할 때 장관 릴레이 오찬은 또 다른 '함의(含意)'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7선 국회의원인 이 대표는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 대표는 현역 정치인 중에서 관료 사회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할 때는 이른바 실세 총리로 불리면서 관료 사회의 군기반장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첫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원내에 함께 입성했던 국회의원 동기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9차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9차 정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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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월생인 문재인 대통령과 1952년 7월생인 이 대표는 동시대를 살아온 인연이 있다. 두 사람 모두 1971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노 전 대통령 국회의원 동기이자 문 대통령 정치 선배인 이 대표의 정치 행보에는 여당 수장이라는 의미 이상의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앞서 문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면서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공직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깊은 유감과 함께 공직자의 자세를 언급한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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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장관들과 연쇄 오찬을 추진하는 것은 행사의 본래 의도와 무관하게 관료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관료사회에 대한 장악력은 정부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만으로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이다. 차기 권력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단언하기도 어렵다.


고위 관료들의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2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재로 예정됐던 '강원도 산불 피해 후속 조치 대책회의'에 6개 부처 차관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모두 불참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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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내대표는 "(28일까지) 몇 명의 차관은 오겠다고 얘기도 했고, 국·과장을 대신 보내겠다고 하던 부처도 있었지만 일제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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