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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최종수정 2019.05.24 11:35 기사입력 2019.05.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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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부장]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어' 다르고 '아'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시대적 상황이나 전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정치권에서는 한 때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애용한 말이다. 그는 당 대표를 맡을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해 이 멘트를 날렸다.


그에 앞서 경남지사 시절에도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던진 말이기도 하다. 홍 전 대표는 이 말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누가 뭐라 해도 내 갈 길을 간다는 의미"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가 이 말을 끄집어 낼 때마다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를 떠오를 때마다 '막말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닌 탓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발언이 적대적 관계에 놓인 사람들을 개로 비유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에 불거졌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의 원조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YS가 이 말을 사용할 때 막말 논란은 없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YS의 이 발언은 군사독재의 잔재인 군부의 '하나회'를 척결할 때 나왔다. 누구를 향한 인신공격이 아니었다. 국민도 공감할 명분을 살린 '사이다 발언'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막말 또는 망언 파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노골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정치인들도 많다. 지지자들의 결집을 위해 스스로 부추긴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실제로 어떤 시점에서는 그 의도가 먹히기도 했을 것이다. 막말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막말을 통해 성공한 정치인은 아직 없다지만 당사자의 사망 이후까지 여파를 준 사례는 있다.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했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그렇다.


JP가 별세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빈소를 찾는 대신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로 갈음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 훈장 추서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불거진 탓에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조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향한 JP의 과거 막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단은 대선 당시 홍 전 대표가 JP를 예방한 자리였다. JP는 당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X", "빌어먹을 XX"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에 앞서 "문재인 같은 얼굴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야"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막말로 응수하는 대신 JP의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오래전 고인 물인 JP가 후진한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JP는 지난해 유명을 달리하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막말 악연으로 후폭풍에 시달리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의도하지 않은 막말 논란의 '결자해지'라고 할까.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막말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눈살은 절로 찌푸려질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팍팍한 삶이 힘든 마당에 되풀이되는 정치인들의 막말을 보는 심정은 오죽할까.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남긴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면 행동이 습관이 돼 습관이 품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품성이 운명으로 이어진다는 말로 귀결시켰다.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이 매일 새겨들어야 하는 성현의 가르침이다. 사람의 '입'이 '주둥이'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사람의 품격과 인격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완주 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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