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국 국가정보국(DNI) 수장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이후 직접 미 전역의 관련 기업, 연구소 등을 직접 찾아 중국과의 무역의 위험성에 대해 특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닌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댄 코츠 DNI 국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연방수사국(FBI),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와 함께 대규모 기술 회사, 벤처 캐피탈사, 연구기관들을 방문해 '중국과의 무역의 위험성'을 주제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FT에 "중국의 사이버 공격 위협, 지식재산권(IP) 절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나 워싱턴DC 소재 기술 기업들이 주로 대상에 포함됐는데, 해당 기업 경영진들은 이 강연에 대해 "상당히 특이한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고 FT는 썼다.
브리핑은 마크 워너(민주당)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 상원 소속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마련했다. 워너 의원은 FT에 "우리는 미국 투자자, 회사, 대학들 사이에서 중국이 미국의 경쟁력, 보안, 영향력을 깎아 내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술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된다"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도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위협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면서 "미국 기업이나 대학, 무역 기관들은 그러한 위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인으로서 이번 브리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린다 무어 테크넷 최고경영자(CEO)는 "정보기관들의 모임과 법률 집행기관들이 이런 식으로 민관과 교류하고 관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회사 간부들도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FT는 "이같은 브리핑은 미 정치권이 중국에 얼마나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ㆍ중 무역전쟁은 미국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증시의 S&P 500지수 소속 기업 356개의 1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업들의 자본적 지출(CAPEX)이 지난해 동기 대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에 비해 투자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이다. 자본적 지출이란 기업들이 공장, 장비 등 설비를 구입하기 위해 쓰는 돈을 말한다 .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1분기 동안 46억달러(약 5조4864억원)로 가장 많은 지출을 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애플도 전년 동기대비 18억달러가 줄었고,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도 같은 기간 7억5700만달러에서 5억4700만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알파벳ㆍ애플ㆍAT&Tㆍ버라이즌 등 지난해 상위 '톱 10' 기업들의 1분기 자본적 지출은 지난해 407억달러(약 48조5510억원)에서 올해 382억달러(45조5687억원)로 축소됐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는 WSJ에 "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고객들의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기업들의 지출 증가세 둔화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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