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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일본 경영의 神 이나모리, 롤모델 '댐 경영' 마쓰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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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종길의 가을귀]일본 경영의 神 이나모리, 롤모델 '댐 경영' 마쓰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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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라를 창업한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은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정부의 간청으로 망해가던 일본항공(JAL)까지 소생시켰으니 그럴 만하다. 2년 만에 흑자를 내고 증권시장에 다시 상장시켰다. 교세라를 키운 경영 비법이 다른 대기업에도 효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에게도 경영 모델이 있다. 파나소닉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공헌하고 그 대가로 받는 사례금이라는 경영 철학을 그대로 실천했다.


마쓰시타가 사장으로 일할 때 파나소닉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9.5%에 달했다. 창업 100년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 꼽힌다. 마쓰시타는 신상품 100여개를 개발한 발명가이면서 노사 화합, 이익의 사회 환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인에게 모범이 됐다. 이나모리는 간사이지역 기업인 모임 강연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마쓰시타는 강단에 올라 '댐 경영'에 대해 설명했다. 인재, 기술, 부품까지 경영의 모든 부문에서 댐에 물을 저장하듯 충분한 여유를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댐을 높게 쌓을 수 있습니까?" "그런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이죠,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먼저 간절하게 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 이나모리는 이 말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할 수 있다거나 할 수 없다고 고민하지 않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영은 이렇게 하겠다'고 강한 결심을 먼저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어요. 그야말로 철학의 영역이죠. 마쓰시타는 철학적 사고를 하는 정말 드문 경영인이었어요."


송희영이 쓴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이나모리가 감동한 경영철학에 주목한다. 경영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잘 살 수 있고 인정받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마쓰시타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면서 연공서열제와 종신 고용제를 도입했다. 기업을 일종의 공공재로 인식했다. 신뢰를 쌓은 덕에 파나소닉은 위기 때마다 노조와 대리점 사장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마쓰시타는 "물건을 만들기 전에 사람을 만드는 회사"라고 했다. 수익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했기에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가질 수 있었다.


마쓰시타를 무조건 찬양하지는 않는다. 그의 양심이나 지금의 경영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에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마쓰시타가 사위이자 양자인 마사하루에게 사장직을 물려주면서 겪은 어려움을 과감하게 서술한다. 단기 속성 승진은 부작용을 낳았다. 귀족 집안 출신에 현장 교육마저 부실했던 마사하루는 공장은 물론 대리점과 자주 마찰했다. 경쟁 회사의 피투성이 전쟁이 어떤 양상인지 피부로 느낄 턱이 없었다. 임원 간부들은 "현장을 모른다"고 하소연했고, 노조 역시 파나소닉을 이끌기에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거래처에서도 "귀하신 얼굴이라서 볼 수가 없다"며 투덜거렸다.

마쓰시타는 일선에서 물러나 사위의 경영을 관찰했다. 큰 회사를 이끌 재목이 못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모든 결정을 사위의 판단에 맡겼다. 그래야 사위가 신뢰와 권위를 얻고 그룹 총수로서 성장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바라던 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임원회의 석상에서 마사하루를 지목하며 거칠게 질책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위의 불만 또한 누적돼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마쓰시타는 사장직에서 물러난 지 3년 만에 영업본부장 직무대행이라는 파격적인 직책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경영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했으나, 사위에게 실격 판정을 내린 꼴이었다.


한국 경제에서도 나타나는 과제다. 재벌 기업의 후계자 세습 갈등과 과격성을 감추지 못하는 노사 갈등, 최고경영인의 일방 지시로 전략이 변덕을 부리는 경영 현장. 이나모리는 기업인 선배의 실수를 보면서도 큰 교훈을 얻은 듯하다. 한 경제주간지 기자가 "경영을 하면서 마쓰시타를 의식하십니까?"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마쓰시타가 지침이 되는 존재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고령이 되어서도 마쓰시타처럼 회사에 적을 두고 있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회사를 세습할 생각도 없고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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