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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빨간 매니큐어 누가 칠했나 [한승곤의 사건수첩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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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손 매우 하얗고 손톱 깔끔했다,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사건 발생 16년 만에 유의미한 제보자 등장
경찰 “연관성 정확하게 추적할 것”
공소시효 폐지로 범인 검거하면 처벌할 수 있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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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003년 11월 경기 포천서 발생한 이른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제보자가 등장했다. 당시 20대 여성이었던 이 제보자는 포천서 차량 납치 사건을 당했는데, 사건 직후 이 여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건 용의자와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의 용의자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16년 만이다.

3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제보자의 제보를 토대로 다시 추적했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이란 2003년 11월 여중생 A 양이 하굣길에 실종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발견 당시 A 양 손·발에는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어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사건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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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자, A 양 실종 일주일 전 호의 동승 범행 당해

제보자 B 씨는 A 양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끔찍한 사건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B 씨는 저녁 무렵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했다고 했다.


한 차례 거절했지만 함께 탔고, 도착지에서 내려달라고 하자 운전자는 문을 잠근 채 계속 운전했다. 결국, 겁에 질린 B 씨는 달리는 차 문을 열고 탈출했다.


그는 당시 운전자에 대해 B 씨는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손톱이 깔끔했다.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겪은 뒤 일주일 뒤 ‘A 양을 찾는다’는 현수막을 본 B 씨는 ‘아 그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 범인이 잡히겠지.’ 싶은 생각에 제보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16년이 지난 지금 제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아이 부모님을 생각하면 미안했다”며 “그분들께 마지막 어떤 중요한 단서를 줄 수 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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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735*” 제보자, 최면수사로 당시 차량 번호 기억


B 씨는 최면수사를 통해 당시 자신을 납치한 차량 번호가 “경기 735*”이라고 기억했다. 또 인근 공업사에서 나와 자신을 따라왔다는 기억도 떠올렸다.


제작진은 해당 공업사에 찾아가 B 씨가 봤다고 한 차량 번호가 2003년 당시 실제로 있었는지를 확인했지만, 전산 기록이 2006년부터 남아 찾지 못했다.


다만 2006년 이후 공업사에 온 “경기 735*” 차량을 찾았다. 이는 인근에 거주하는 C 씨의 차량이었다.


C 씨는 2003년 10월 해당 차량을 누가 몰았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아들이 끌다 엄마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후 제작진은 C 씨 아들을 만났지만, 아들은 직업상 해당 시간에 포천에 있을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B 씨가 증언한 175㎝의 호리호리한 체격, 깔끔한 손 등의 몽타주 속 외모와 C 씨 아들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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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범인은 겉으론 정상적인 일상적인 생활 할 것”


A 양은 평소에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매니큐어를 바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전담했던 경찰은 “매니큐어를 칠했을 뿐만 아니라 그 후 (매니큐어가 발라진) 손톱을 깎은 흔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검의였던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이렇게 어린 여학생의 손톱과 발톱에 아주 빨간 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사건은 평생 처음”이라며 “상당히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발라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성도착증 범죄자 특성상 매니큐어는 범인만이 아는 은밀한 공간에서 칠해졌을 것이며 따라서 단독범행 가능성과 초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범인은 겉으론 매우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용의자를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있는 인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3가지다. A 양 손·발톱에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는 것 A양 유류품 중 교복과 속옷이 발견되지 않은 점 A양 유류품 중 이름 부분만 훼손된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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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심리전문가 “성적인 쾌감이나 만족감 얻는 형태의 도착증 가능성 있어”


전문가들은 범인은 왜곡된 성 의식을 가지고 있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의) 비틀어진 욕망이 굉장히 많이 반영된 시신 같다”며 “몸 안에서 제삼자의 정액이 나오지 않았다 하여 성범죄가 아니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음부터 의도한 범행의 목적은 성폭행이 아니고 성적인 유린 행위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성적인 쾌감이나 만족감을 얻는 형태의 도착증일 가능성이 점쳐졌다”고 분석했다.


표 의원은 범인이 엄양 손·발톱을 잘라간 것에 대해선 “일종의 ‘트로피’라고 하는 자신의 범행 성과물로 그것을 가져가는 형태일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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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경기 포천서 무슨 일 있었나, 공소시효 폐지로 검거하면 처벌할 수 있어


“엄마 곧 들어갈 거야”


2003년 11월5일 오후 6시20분께 A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어머니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같이 말한 뒤 학교서 10분 거리인 집으로 가다 행적이 끊겼다. 당시 A 양은 3시간이 넘도록 집에 오지 않았다.


A 양 휴대전화는 어머니와 통화 직후 전원이 분리돼 꺼져있었다. A 양 부모는 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바로 수색에 들어갔지만, A 양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A 양 부모는 딸의 얼굴, 이름, 신장 등이 담긴 전단 15만 장 만들어 배포했다. 딸을 찾는 현수막을 포천시외버스터미널 등에 내걸었다.


전단의 내용은 ‘신장 155cm, 체중 38kg’, ‘단발머리에 머리를 뒤로 묶음’, ‘D 중학교 교복 착용’, ‘흰색 운동화, 분홍색 머리띠 착용’


16년 만에 제보를 결심한 제보자 B 씨가 본 전단과 현수막이 바로 이 내용이다.


당시 사건현장 주변 요도. 사진=연합뉴스

당시 사건현장 주변 요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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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실종 23일만인 11월28일 A 양 집에서 8㎞가량 떨어진 의정부시 민락동과 낙양동 한 도로공사 현장 쓰레기더미 위에서 실종 당시 A양의 가방과 신발, 양말, 교복 넥타이, 노트 등 소지품 13점이 발견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범인이 경찰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으로 A 양 소지품을 쓰레기더미 위에 던져놓은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속옷과 스타킹은 결국 찾지 못했는데 이때부터 범죄전문가들은 범인이 따로 버렸다기보다 수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 용의자는 성도착증을 가지고 있는 있는 일종의 변태 성욕자일 수 있다는 것으로 수사 방향은 모였다.


이후 12월22일 의정부시 민락동 도로 확장공사 현장 인근의 쓰레기더미에서 A양의 휴대전화와 운동화가 발견된다. 실종 장소에서 15km 떨어진 곳으로 휴대전화는 몸통과 배터리가 분리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A 양은 소식이 없었다. 경찰은 A 양의 학교와 집 근처는 물론 포천 야산과 남양주, 구리, 양주, 의정부 일대까지 정밀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A 양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04년 2월 8일 경찰관들이 실종된 여중생 A 양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배수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04년 2월 8일 경찰관들이 실종된 여중생 A 양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배수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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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사건 발생 96일 만인 2004년 2월8일 경찰은 A양을 발견한다. 당시 A 양을 발견한 경찰은 포천경찰서 남부지구대 소속으로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소흘읍 이동교5리 축석낚시터 맞은 편 배수로 앞을 지나다 사람의 발바닥이 보여 가봤다가 A 양을 발견한다.


시신은 부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A 양 시신에서는 특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 시신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는데, A 양은 평소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있어 정확한 사인을 가려내지는 못했다.


성폭행 흔적 등에 대해서 국과수는 그런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양의 시신에 칠해진 매니큐어는 살아있을 때가 아닌 살해된 후에 칠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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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 양 사건에서 유일한 단서는 매니큐어뿐이었다. 경찰은 매니큐어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판매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1년이나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다른 단서나 제보도 없고 당시에는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도 없어 일명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 사건’은 결국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뜻하지 않은 아픔도 겪었다.


A 양 사건을 수사하던 반장이 지난 2004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당시 그의 수첩에는 ‘1년간 힘들었다. 못난 사람 만나 고생이 많았다. 싫다 소리도 못 하고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한편 경찰은 범인에 대해 △A 양이 학교 인근에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점, △사체 유기 장소가 찾기 어려운 곳(지리감이 있는 인근 주민)△치밀하고 대담한 범행 수법 △A 양을 납치하면서 위치추적을 막기 위해 휴대폰 배터리를 분리 △사체 유기 현장 등에서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은 것을 보면 전문지식을 가진 지능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제작진은 제보자 B 씨가 등장하면서 더 많은 제보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원 경기북부경찰청 강력계장은 “미제사건이 된 것은 단서나 돌파구를 발견하지 못해서”라며 “어떤 제보라도 해주면 고맙다. 제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단서다. 연관성을 정확하게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사건은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범인을 검거하면 처벌할 수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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