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는 글로벌 뉴스]'R의 공포' 부르는 국채금리
美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경기침체 공포 일으켜
독일·일본 국채 줄줄이 마이너스 금리
금리역전 후 311일 후 경기침체…이번엔 다를까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 때 3%를 넘기도 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2.4%대로 떨어졌고, 독일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곧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른 것은 결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각국의 실물 및 경기지표가 이미 부진한 상황이고,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높일 계획이 없다거나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국채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만기가 긴 국채금리가 만기가 짧은 국채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현상도 심화됐다. 이른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다. 통상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은 세계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데, 이번에는 최근 경향을 반영했을 때 경기침체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금리역전 후 평균 311일 지나면 경기침체 왔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꾸준히 낮아지다가 3개월 만기 국채금리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장중 한 때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428%까지 하락해 3개월 만기 국채금리(2.453%)와 역전됐다. 25일에는 아예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채로 마감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418%에 마감했고, 장중 2.388%까지 떨어져 2017년 12월2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3개월 만기 국채금리는 2.445%로 금리가 0.03%포인트 가까이 뒤집혔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만기에 원금도 다 못 받는 수준까지 금리가 하락했다.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뒤집힌 후, 27일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이날 독일 정부는 24억유로 규모 10년 만기 국채를 연 -0.05% 수익률에 발행하기도 했다.
같은날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도 -0.070% 수준에서 거래되며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금도 다 받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금리가 더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국채의 인기가 여전한 것이다.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올라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증시 투자자들은 장·단기 금리역전을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신빙성있는 신호다. 미국투자자문회사인 비앙코리서치는 지난 50년간 미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 상태가 10일 지속되면 평균 311일 이후에 경기하강이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1969년·1973년·1978년·1980년·1989년 ·2000년·2006년 등이 대표적인 금리역전 발생 사례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역시 1955년 이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사례를 집계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에 따르면 금리역전 후 대부분 2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찾아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엔 다르다"는 경제 전문가들= 그런데 경제 전문가들은 의외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50여년간의 분석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최근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게 이유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은 홍콩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을 불황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옐런 전 의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는 일드커브(yield curve)가 평탄화되는 경향이 있고 역전되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 역시 "장기금리가 이례적으로 낮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뿐, 이를 경기 침체 전조로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말, 3개월 만기 미 국채금리는 약 3%,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대였다. 금리격차는 1%포인트 수준으로 꽤 컸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가 시작되면서 금리 차이는 빠르게 좁혀졌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금리가 더 높아져야 하지만, 시장에 돈이 대규모로 풀리자 금리 차이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당시 Fed에서 소방수 역할을 했던 옐런 전 의장으로서는 양적완화의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 세계적인 노령화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해 엄청난 수요가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고려하는 부분이다. 저금리, 노령화가 지속되자 연기금들은 어디에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는 고민에 빠졌다. 저성장 상태를 이어가는 국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요는 더욱 커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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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전문가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Fed 위원들의 발언 한 마디, 미·중 무역협상 등 이슈에 흔들리며 급등락을 반복 중이다. FTSE러셀의 알렉스 영 이사는 "주가 움직임이 레인지에 갇혔다"면서 "하단은 중앙은행의 완화정 통화정책으로 지지되고 있고, 상단은 국채금리 하락과 금리역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막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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