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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 고급인력 구인난…입사선호 1순위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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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박사급 지방근무 기피현상 뚜렷
합격하고도 입사 포기
기존 인력 이탈에 신규채용도 비상

국책연구기관 고급인력 구인난…입사선호 1순위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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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남 나주에 위치한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부터 연구인력을 농업경제 석ㆍ박사 위주로 채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농경제학 뿐 아니라 미시경제학 등 다른 경제학 전공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왔지만 지난해 입사포기자가 16명(중도 포기 포함)을 기록하자 채용분야를 가급적 농업ㆍ농촌으로 좁힌 것이다. 김창길 농촌경제연구원장은 "인재유치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도 올해 채용된 석ㆍ박사급 연구인력 가운데 4명 이상이 이미 입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입사포기자가 발생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의 근간을 마련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인재채용에 경고등이 켜졌다. 2014년 전후 국책연구기관들이 세종, 진천, 나주 등 전국으로 이전하면서 한차례 대규모 인력 이탈을 경험한 데 이어 신규 인력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석ㆍ박사급 인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책 연구기관들의 '젊은 피' 수혈이 계속 부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정부 정책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경사연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최종 합격통보를 받은 후 입사를 하지 않은 석ㆍ박사급 인력은 43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행정, 형사, 법제 등을 제외한 경제관련 연구기관이 37명을 차지했다. 경제 국책연구기관 중 맏형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미입사자가 2017년 3명에서 2018년 6명으로 증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7년 0명에서 지난해에만 4명이 입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올해도 4명 이상이 채용 결정 이후 취직 의사가 없다고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동연구원도 최근 2년간 14명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6명이 각각 입사를 하지 않았다. 경제연구기관 중 입사 후 1개월 이내 퇴직자도 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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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책연구기관은 비교적 고연봉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인해 석ㆍ박사 인재들의 입사 선호 1순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게 경제학자들의 평가다. 연구인력 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대학출신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국내보다는 현지 잔류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해도 세종 등 지방 보다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입사를 포기한 4명 모두 미국대학 석ㆍ박사 학위자들이었다. 국책연구기관 입장에서는 해외 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장 "올해 같은 경우 발빠르게 움직여 7명을 채용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석박사 학위자들은 현지 잔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경제학 교수는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면 단기과제나 정부 입맛에 맞는 정책을 연구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비교적 연구활동이 자유로운 대학 근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능력이 우수한 인재들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신규 채용이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은 구직자들이 여러 기관에 중복지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업무특성상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해외인력을 선호한다.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전미경제학회와 전미사회과학연합회 연례회의 기간 동안 채용을 진행하는데 구직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연구기관을 선택할 수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인사담당자는 "여러 기관들이 동시에 채용절차를 진행하다보니 채용이 결정되는 시기도 비슷해 한명의 지원자가 여러 기관에 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입사 부진이 기관의 연구역량에 당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 이전 이후 기존인력 이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경륜을 갖춘 인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몸살을 겪은 바 있는데 신규 채용까지 어려워지면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연구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집계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직 이직 현황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경사연 소속 27개 국책 연구기관에서 모두 985명이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구직(4600명ㆍ2017년말 기준)의 21.4%에 달하는 규모다.


한 연구기관 인사담당자는 "국책연구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우수인재 채용인데, 어떤 이유에서든 오지 않으면 자꾸 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조직 안정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길홍근 경사연 사무총장은 "지방 근무에 대한 부담과 대학과 비교해 5년 정도 짧은 정년으로 인해 신규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처우를 개선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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