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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 지진' 스위스 바젤, 물 빼내도 2년간 미세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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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빼낸 물에 미세여진 지속...13년째 조금씩 퍼내고 있어
EGS 공법 핵심 '물' 1만여톤 갑자기 뺄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 우려

2006년 스위스 바젤시 도심에 설치됐던 지열발전소 모습. 물 주입 후 6일째 되는 날 지진이 2차례 발생하면서 다음날 바로 전체 물의 30%를 빼냈으나, 다시 여진이 이어졌다. 이후 바젤 환경관리공단은 현재까지도 물을 조금씩 퍼내고 있는 상황이다.(사진=www.geo-ex.ch)

2006년 스위스 바젤시 도심에 설치됐던 지열발전소 모습. 물 주입 후 6일째 되는 날 지진이 2차례 발생하면서 다음날 바로 전체 물의 30%를 빼냈으나, 다시 여진이 이어졌다. 이후 바젤 환경관리공단은 현재까지도 물을 조금씩 퍼내고 있는 상황이다.(사진=www.geo-ex.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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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난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했던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에 설치된 '지열발전소'로 인한 것이란 정부조사단의 발표 이후 지열발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하 시추공을 통해 주입된 1만톤(t)에 달하는 물이 지질학적 스트레스를 계속 유발시키면서 포항지진으로 이어졌다는 조사단의 추정에 따라 당장 물을 빼내야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같은 피해를 겪은 바 있는 스위스 바젤시에서 한꺼번에 물을 빼냈다가 오히려 계속된 여진에 시달렸던 과거 사례가 있어 신중히 처리해야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주입한 물에 의해 발생했다는 요지의 결론을 발표했다. 포항지진은 지난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135명의 인명피해와 공식 재산피해가 850억원, 이재민 1800명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발생시켰던 재난이다. 당시 정부는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1800억원의 복구비용을 투입했으나 1년4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약 200여명의 이재민들이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지열발전소를 통해 10개월간 지하로 주입된 것으로 알려진 1만여톤의 '물'이다. 2016년 12월부터 지속적으로 주입된 고압수로 인해 암반에 인공적으로 균열이 생겼고, 지속적인 지질학적 스트레스(ambient tectonic stress)에 시달리던 해당 단층이 어긋나면서 포항지진으로 이어졌다는 조사단의 발표에 따라 당장 이 물부터 빼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열발전시 시추공을 뚫는데 사용하는 시추 드릴의 모습.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공법은 비 화산지대에서 지열발전을 이끌어내는 친환경 기술로 처음에는 환영받았으나 지형에 따라 지진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보완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사진=www.geo-ex.ch)

지열발전시 시추공을 뚫는데 사용하는 시추 드릴의 모습.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공법은 비 화산지대에서 지열발전을 이끌어내는 친환경 기술로 처음에는 환영받았으나 지형에 따라 지진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보완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사진=www.geo-ex.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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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은 원래 포항지열발전소에 적용된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공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EGS 공법은 포항처럼 근처에 화산지대가 없고 다만 활성단층을 가지고 있는 지형에 주로 사용하는 지열발전 방식이다. 보통 섭씨 150~170도 사이의 온도가 유지되는 지하 4~5km 화강암층에 시추공 2개를 뚫고 시추공 하나를 통해 물을 계속 주입해 지하 저류지를 만들면, 해당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며 이 수증기를 다른 시추공을 통해 지상으로 끌어올려 이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방식이다.


문제는 지형 특성에 따라 고압으로 유입되는 물로 인해 발생하는 지질학적 스트레스가 외부로 퍼지지 못하고 축적될 경우, 처음에는 미세한 지진이 발생하다가 나중에 큰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스위스 바젤시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바젤시는 민관합동으로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콘소시엄을 구성, 바젤시 지반의 안정성을 믿고 주변 아파트와 불과 80미터(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심 주차장 부지에 지열발전소를 지었으나 물을 주입한지 불과 6일만에 규모 2.7, 3.4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해당 프로젝트를 폐지한 바 있다.

당시 바젤시는 지진이 일어난 바로 다음날부터 물을 다시 펌프로 빼내기 시작, 전체 유입수의 30%를 회수했고 여진 횟수가 줄어들면서 지각은 안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2년간 산발적인 미세지진은 계속됐으며 2개월 후 시내 수백개 빌딩에서 한꺼번에 균열이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물을 갑작스럽게 빼내 저류지가 줄어들자, 이것이 해당 지층에 또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바젤시 환경관리공단은 지층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만 소량의 물을 13년째 퍼내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 역시 지금까지 유입된 1만톤 가량의 물을 갑자기 빼낼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바젤시의 사례처럼, 완벽히 지진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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