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범 전격 석방...北 비핵화 동남아 역할론
북과 관계 개선 목적인 듯
베트남 이어 말레이시아도 대북 관계 개선 조짐
文 순방서 북 비핵화 협력 요청할 듯
김정남 살해 혐의로 말레이시아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온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가 11일 석방 된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범을 전격 석방하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상황은 향후 북한의 대외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11일 김정남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에 대한 살인혐의 공소를 취소했다. 법원은 즉시 석방 조치를 취했다. 유무죄에 대한 판결 없이 이번 재판이 흐지부지 마무리됐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김정남 살해범의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려워졌다. 북한도 김정남 살해의 책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을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여성을 말레이시아 당국이 11일 전격 석방한 것은 지난해 이후 재판이 지연돼온 상황과 맞물린다. 신속하게 재판을 했다면 살해범들에 대한 사형 언도가 불가피했다. 회교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의도적 살인에 대해 사형을 언도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 들어선 새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권 문제 차원에서 사형 제도를 재검토하면서 시작됐다. 사실상 사형이 중단되며 김정남 살해범들이 사형에 처해질 상황은 사라졌다.
이번 석방은 당사자인 시티도 석방을 예상치 못했을 만큼 전격적이다. 시티는 석방 과정 중에 만난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에 석방 소식을 들었다. 매우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측도 환영의사를 밝혔다. 루스디 키라나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조치에 매우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시티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도 조만간 같은 방식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흐응의 부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언론과 인터뷰 하며 딸의 석방을 호소한 바 있다.
현지에선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과의 관계를 고려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길 원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시티와 흐엉이 타국의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무고한 희생양'이 됐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해 왔다.
오히려 이번 조치는 말레이시아가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사건 발생 전 동남아시아 국가 중 북한의 가장 큰 우방이었다. 동남아를 넘어 자유진영 국가 중 북한과 가장 밀접한 국가였다.
말레이시아 당국자들이 이번 재판과 관련해 북한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재판이 정치 쟁점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했던 배경은 이런 양국관계에 기인한다는 해석이다.
작년 5월 총선에서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현 총리는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외교 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월에는 "문제가 해결되면 평양 대사관을 다시 열 것"이라고 언급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살해 사건 이후인 2017년 4월부터 평양 주재 대사관을 사실상 폐쇄한 상태다. 이번 석방으로 대북 관계의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대사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 김정남 사건 이후 베트남에 이어 대외관계를 정상화하는 두 번째 케이스가 된다.
말레이사아와 북한의 관계 정상화는 남북 및 북미 관계에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싱가포르 스웨덴 베트남 등 최근 북미관계에 등장한 국가들은 대부분 북한과 오랜 기간 수교해온 관계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의 관계도 좋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1,2차 북미정상회담과 지난 2월 스웨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남북미 실무자들이 참석해 회동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말레이시아가 북한 비핵화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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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동남아 정치지도자 중 역내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중론이다. 이런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앞두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면 대북 관계에서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일 수 있다.
문대통령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이번 동남아 순방 기간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지지를 구하며 순방국가들에게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외에 이번 순방에 포함된 브루나이, 캄보디아 역시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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