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광역시 男 국회의원 98%…비례 폐지하면 국회 ‘남성 천하’
20대 총선 여성 지역구 의원, 부산·인천·대구 모두 0명…한국당 100% 지역구 선거 주장, 커지는 우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제20대 총선에서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6대 광역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중 98%가 남성으로 조사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제21대 총선의 비례대표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국회는 사실상 '남성 천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총선의 부산 지역구 당선자 18명은 모두 남성이다. 인천 지역구 당선자 13명 중에도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의 벽을 뚫은 12명은 모두 남성이다. 대전과 울산도 각각 7명과 6명의 지역구 의원 전원이 남성이다.
광주는 8명의 지역구 의원 중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1명만 여성이다. 6대 광역시 지역구 의원 64명 중 63명(98%)이 남성이다. 여야는 정책적인 고려 때문에 여성 후보자를 공천하는 경우가 있지만 당선의 기쁨을 얻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남성이 227명, 여성이 26명이다. 서울이 49명 중 16명의 여성 의원을 배출한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지역은 남성 의원이 절대적으로 많은 구조다.
경기도 고양(지역구 의원 4명 중 3명이 여성)처럼 여성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드문 사례다. 여성 정치인은 공천 경쟁을 뚫기도 어렵고 설사 공천을 받더라도 지역구 선거에서 상당수 낙선하는 게 현실이다. 지역구를 대물림하며 관리해온 남성 정치인들을 상대로 여성 정치 신인이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한국 정치의 남성 편중을 완화해주는 것은 비례대표 제도다. 공직선거법 제47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 중 50% 이상은 여성으로 추천하고 홀수 순번에는 여성을 추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 기호 1번, 3번, 5번 등은 반드시 여성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제도 때문에 20대 총선 비례대표 의원 47명 중 25명은 여성이 뽑혔다. 정치 개혁 권고안이 실현돼 다음 총선에서 현재 47명의 비례대표를 75~100명 수준으로 늘린다면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최소 38~50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회 의석 300석을 270석으로 10%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270석을 모두 지역구 선거로 뽑는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 공직자 추천 시 30% 이상을 여성으로 강제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여성 공직자 추천 30% 권고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하는 것을 (당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 제안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11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 대표들과 원내대표, 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조찬 회동을 갖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0일 비례대표 폐지·의원정수 축소를 골자로 한 당론을 제시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오른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심상정 위원장./윤동주 기자 doso7@
원본보기 아이콘비례대표가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하고 사회 약자의 의회 진출을 돕는 등 순기능을 해온 것을 고려할 때 폐지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정치 퇴행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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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선거법에 여성 정치인을 30% 이상 공천하라는 조항이 생긴 지는 30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안 지켰다"면서 "갑자기 이제 와서 얘기하는 것은 비례대표를 없애면서 둘러댈 알리바이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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