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조선군 화포 '불랑기' 강화도서 발굴…실전 장소 출토는 처음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16세기 이후 조선군의 주요 화포인 '불랑기(佛狼機)'가 강화도 방어진지에서 발굴됐다.
불랑기 화포는 현재까지 약 12문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대부분 출토지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번 화포는 처음으로 실전 배치 장소에서 발굴됐다는 점에서 학술적·역사적 의미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 강화군 양도면 건평돈대(인천시 기념물 제38호)에서 돈대 보수작업을 하던 중 최근 불랑기 모포(母砲) 1문을 발굴했다고 25일 밝혔다. 발굴된 화포는 길이 1.05m, 구경 0.04m 규모로 168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신에는 '1680년(숙종 6년) 2월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 등이 강도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다'라는 내용과 함께 불랑기의 제작기관과 감독 관리, 장인의 이름까지 상세히 한자로 새겨져 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불랑기의 명문 가운데 가장 상세한 기록이다.
불랑기는 16세기 유럽에서 전해진 서양식 화포의 일종으로, 포문으로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전통 화포와 달리 현대식 화포처럼 포 뒤에서 장전을 하는 후장식 화포다.
불랑기는 포신인 모포와 포탄과 화약을 장전하는 자포(子砲)로 분리돼 있는데, 모포 뒷부분에 자포를 넣어 불씨를 점화해 발사한다. 보통 1개의 모포에 5개의 자포가 세트를 이루면서 빠른 속도로 연사가 가능한 것이 불랑기의 특징이다.
건평돈대 불랑기 모포는 이미 보물 861호로 지정된 불랑기 자포(1563년 제작)에 비해 제작 시기는 늦지만 화포의 실전 사용처에서 출토되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더한다. 시는 조만간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건평돈대서 출토된 불랑기는 조선시대 무기사 연구는 물론 조선후기 도성과 강화 방비체계연구에서 보기 드문 실물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며 "현재 추진중인 강화 돈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과 관련해 유적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포가 발굴된 돈대(墩臺)는 병자호란 이후 유사시 왕실의 안전을 책임지는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 외적 침입과 움직임을 탐지하고 상륙을 저지할 목적으로 쌓은 조선 후기 대표적 군사 시설이다.
1679년(숙종 5년) 강화도 해안 요충지에 48개 돈대를 쌓았고 이후 6개를 추가로 건설해 모두 54개의 돈대가 강화도 해안 사면을 둘러쌌다.
건평돈대는 당시 건설된 돈대 가운데 하나다. 돈대에는 유사시 적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2~4개의 포좌를 설치하고 불랑기를 배치한 것으로 기록에 전하는데 이번에 그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