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을 허 회장에서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허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퇴하는 동시에 GS칼텍스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로써 허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허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GS칼텍스는 허진수 부회장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허 부회장은 앞으로 GS칼텍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허 부회장은 1986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래 정유영업본부장ㆍ생산본부장ㆍ석유화학본부장ㆍ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회사 내에서는 생산ㆍ영업ㆍ재무 등 전 분야를 꿰뚫고 있는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허 회장이 허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에 이어 이사회 의장직까지 물려준 것도 그의 전문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허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많은 혁신과 발전을 이루면서 이번에 이사회 의장까지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허 회장은 2선에서 허 부회장의 경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직을 사임한 허 회장은 업계 최고의 에너지 전문가이자 우리나라 정유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미스터 오일(Mr. Oil)'이라는 애칭이 따라붙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GS칼텍스 대표이사 취임 이후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를 진두지휘, GS칼텍스를 국내 대표 수출기업이자 세계 유수의 정유사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 단독 체제로 =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25일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허 회장은 2012년 말 대표 이사직을 사촌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에게 넘겨주면서 "오래 전부터 계획해던 일"이라며 "의장직도 오래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때 약속처럼 이번에 허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 GS칼텍스는 허 부회장 단독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허 부회장은 앞으로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동시에 수행하며 GS칼텍스 경영 전반 진두지휘하게 된다. GS칼텍스 측은 "이사회 의장과 CEO를 한 분이 맡게 됨으로써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책임경영 체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부회장은 앞으로 국내외 사업은 물론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미래 성장전략 발굴에도 역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 회장이 모든 경영권을 허 부회장에게 넘긴 것도 수년간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그의 경영 능력을 높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2013년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허 부회장은 2012년부터 불어닥친 세계 경기 침체와 유가 하락 장기화 등 최악의 업황 속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인 266억달러 수출을 견인하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또 2008년에는 정유업계 최초로 '600만 인시 무사고기록' 달성 등 경영혁신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국가 경제 기여 등의 성과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고, 2014년엔 수출 공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소재 사업에 각별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허 부회장은 고(故)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3남이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허 회장의 퇴진은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GS칼텍스 대표이사를 맡고 사촌동생에게 길을 터주고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허 회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는 것이 GS측의 설명이다.
GS가(家) 오너의 용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말엔 허승조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용퇴했다. 고(故) 허만정 GS 창업회장의 막내아들(8남)인 허 부회장은 2003년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2년간 이 회사를 이끌었다. 허 창업회장의 2세들 중 최근까지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한 사람은 허 부회장이 유일했다. GS그룹 관계자는 "오너가의 임기가 없는 다른 그룹과 달리 GS그룹 오너가 사이에서는 70세 전후를 기해 경영에서 물러난다"며 "경영권을 놓고 가족 간 다툼을 하는 다른 재벌가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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