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우리나라의 초등교육이 맞벌이 부부에 매우 불친절하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양성 평등 의식 제고와 경제 침체ㆍ소득 양극화 등으로 맞벌이 가정이 급증하고 있지만 보육기관ㆍ학교 등이 외벌이 가정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어린이 집을 다니던 큰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한 수도권 한 맞벌이 주부 A(35)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A씨는 큰 아이의 유치원 입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달 20만원 이상의 지출을 각오하고 도우미를 고용해야 했다. 어린이집은 오전 7시30분부터 운영하도록 돼 있어 맡기고 출근하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유치원은 가장 빠른 통학버스가 8시30분쯤에 운영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공백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었다. 결국 A씨는 시간당 1만원 안팎을 주고 오전 7~9시까지 두 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줄 육아 도우미를 구했다.

불편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입학하기도 전 학부모 사전 교육과 입학식이 있었는데 평일 낮 시간대였다. A씨는 회사에 하루 휴가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학교에 행사가 줄을 잇는데 모두 평일 낮시간대다. 그때마다 휴가를 내면 정작 급할 때 쓸 휴가가 없어질 처지다.


알고 보니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학기 시작 전인 2월 말에도 방학이 있는 등 수시로 유치원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치원의 경우 아이들 하루 일과도 기본반이 오후 2시, 종일반이 오후 5시에 끝나기 때문에 퇴근 시간과 맞지 않았다. 할수없이 오후 10시까지 온종일 돌봄반이 있는 유치원을 찾아 입학시켜야 했다.

A씨는 "종종 있는 학부모 행사나 방학을 생각하면 갑갑하다"며 "아이들을 위해서 계속 직장을 다닌 게 바람직한 지 고민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에 대한 이같은 불친절은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저학년들의 경우 학교 수업이 오전 11시 늦어도 오후 2시면 끝나기 때문에 아이들을 맡길데가 없다. 학교마다 방과후 돌봄교실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수용 인원이 태부족인데다 저소득청ㆍ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큰 한계를 갖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의 방과후 돌봄 교실은 약 7000여개로 15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이는 초등학교 1학년생(42만여명)의 3분위 1 정도에 불과한 숫자다. 별수없이 학부모들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보습학원, 태권도 학원, 음악학원 등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공교육의 맞벌이 부부에 대한 불친절이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저학년의 경우 아예 다니던 유치원에 가서 돌봄을 받는 일도 있다.


고학년도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행사를 일일이 쫓아 다니려면 맞벌이 부부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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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중견 교사는 "학부모 총회 시간을 의견을 조율해 변경하는 한편 방과후 돌봄 교실 운영 등을 통해 맞벌이 부부에 대한 배려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은 현실"이라며 "학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마인드를 갖고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요즘 전체 가정 중 맞벌이 부부의 비율은 40~50%대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기도가 발표한 '2011 경기도민 생활 및 의식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거주 가정 중 맞벌이 부부의 비율은 39.9%에 달한다. 이는 2010년의 28.9%보다 11.0%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유치원ㆍ초등학교 등을 다니는 자녀를 둔 30~40대 가정의 맞벌이 부부 비율은 49.9%와 44.7%나 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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