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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시장 한파 "연말특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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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주문량 급감 경기지표 회복세 무색

달력시장 한파 "연말특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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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지난 주말 찾은 서울 충무로 일대 인쇄골목. 매년 11월부터는 달력과 연하장 수요가 몰리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동네다. 하지만 최근 이곳의 분위기는 한가하다 못해 다소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인근 A문화사 관계자는 "2008년 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에서 주문하는 달력물량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면서 "당시 절반 가까이 빠진 물량이 아직 회복되지 않는 걸 보면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목 중심에 있는 한 식당주인도 "연말이면 주말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연말 경기지표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달력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중소기업계 불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탓이다.
달력시장은 연말 주문량을 통해 이듬해 경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서민경기가 회복될 징조는 최소한 이곳에선 감지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달력을 주문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줄이거나 아예 주문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달력제작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 어렵다는 게 한두해 소리는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면서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더 문제"라고 푸념했다.

연말 인기품목 가운데 하나인 다이어리도 마찬가지다. 다이어리 제작업체 이원석 차장은 "원래 이쪽 시장이 세달 바짝 일해 1년치를 벌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반년치 벌기도 힘들다"며 "대기업 주문 물량은 조금씩 늘어나는데, 중소업체에서 주문하는 물량은 바닥수준"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중소업체란 말 그대로 중소기업을 포함해 교회나 관공서 등 '작은 고객'을 말한다. 최근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얘기일 뿐,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다이어리나 달력을 만들 여력이 없음을 방증한다.

실제 은행 가운데 달력을 가장 많이 만드는 곳으로 알려진 KB국민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달력 400만부 가량을 올 해 만들기로 했으며 신세계백화점, CJ 등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량 주문처인 중소업체들은 올해 주문량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거래를 끊은 상황이다. 대형 제지업체 영업사원은 "중소기업이나 개인 등 영세한 규모로 달력을 만들던 업체들은 영업난으로 이미 폐업한 곳이 꽤 많다"고 전했다.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 소병식 이사는 "최근 스마트폰, PC 등을 통해 일정관리가 수월해져 달력이나 다이어리가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라며 "중소업체와의 거래에 의존하던 인쇄업자들은 최악의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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