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국토연구원(원장 박양호)이 주최한 '제15회 전국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 대회'에서 초등학생 348명이 선발돼 상을 받는다.


전국 초등학생 4702명이 참가한 이번 글짓기 대회에서는 국토해양부장관상이 개인 대상으로 마산 안계초등학교 6학년 최예림 어린이가 선정됐다. 대상을 받은 '자연의 품에 산다'는 제목의 글은 생활 속에서 느끼는 우리 땅의 고마움을 듬뿍 담아냈다. 산나물과 도토리 등 작은데서 큰 의미를 찾아내면서 자연스런 글의 흐름과 짜임새가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지도교사 대상으로는 원주 평원초등학교 김정자 선생님이 선정됐다. 연구원은 시상식을 오는 7일 안양 평촌에 소재한 연구원 강당에서 갖는다.


초등학생 글짓기 대회는 1996년부터 국토의 주역이 될 어린이들에게 국토가치의 소중함을 알리고 삶의 터전인 국토를 사랑하고 가꾸는 마음을 고취시키기 위해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 후원으로 열렸다.

다음은 대상을 받은 어린이의 글이다.


자연의 품에 살다
경남 마산 안계초등학교 6학년4반 최 예 림


우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앞뒤에 논과 밭이 있고, 개울이 흐르고, 약수터와 과수원이 있다. 우리 아빠는 내가 집안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하면서 빈둥거리는 것을 싫어하신다. 틈만 나면 산으로, 들로, 밭으로 나의 손을 이끄신다. 그래서 나는 가족과 함께 쌓아가는 추억이 참 많다.
지난 겨울에는 뒷산에 가서 쓰러져 있는 나무들을 벴다. 그 나무는 뒤뜰 아궁이에 걸어놓은 솥단지의 땔감이 된다. 할머니는 그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나물도 데치고, 묵도 쑤고, 도라지도 다리신다.
나는 할머니께서 좋아하실 모습을 생각하면서 아빠가 베어주시는 나무 둥치들을 모으다가 쓰러진 오동나무 밑에서 노란 꽃을 발견했다. 꽃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봄소식을 전하는 것 같았다.
“아빠, 이 꽃 좀 보세요. 아직 봄도 아닌데 피어났네요.”
“응, 이건 복수초라는 꽃이야. 봄이 오기 전에 제일 먼저 얼음을 뚫고 올라오는 강인하고 꿋꿋한 꽃이지.”
“우와, 이 작은 꽃에게 그런 힘이 숨어있다니 정말 놀라워요.”
“복수초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무한테도 소문내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왜요?”
“혹시 사람들이 알게 되면 캐어갈까 봐 그러지.”
처음엔 우리 아빠가 혼자만 보려고 욕심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꽃의 자리를 지켜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꽃처럼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에는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뒷밭에 여러 가지 채소의 씨앗도 뿌리고, 고추모종도 옮겨 심었다. 할아버지께서 아끼시던 도라지도 옮겨 심었다. 구덩이를 파서 박씨와 호박씨도 심고, 땅콩도 심었다. 문득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밥보다 막걸리를 더 즐겨 드시던 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를 짓다가 돌아가셨다. 농사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하시며 농사일만큼은 동네에서 할아버지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또 할머니를 닮아서 나물 박사인 큰고모를 따라서 산에도 갔다. 고모는 고사리 꺾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고사리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처음엔 눈앞에 고사리를 두고도 잘 찾지 못했다. 한참을 헤매다 한 개, 두 개, 눈에 익숙해지면 그때서야 제대로 고사리가 눈에 들어왔다. 또 취나물도 뜯고, 둥글레와 다래순도 땄다. 우리가 캔 나물을 할머니는 다듬고, 데치고 말려서 다락방에 넣어두셨다. 그러면 우리는 겨울까지 나물반찬을 먹을 수 있다. 나는 피자나 치킨보다 할머니가 들기름에 무쳐주신 나물반찬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사촌들이랑 개울가에서 물놀이, 다슬기 잡기도 하고, 동네 할머니들의 빨래터도 만들어 드렸다. 작년에 뒷집 할아버지께서 치매에 걸린 뒤로 외동 할머니는 그 개울에서 자주 이불 빨래를 하신다. 그래서 할머니를 위해 빨래터를 더 넓게 만들어 드렸다.
이제 곧 가을이 오면, 우리 동네 커다란 상수리나무 아래로 바글바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 옆의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별빛처럼 예쁠 것이다.
우리 마을은 이렇게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을 맞아준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엔 향긋한 봄나물이 돋아나고, 나무들은 늘 그 자리에 꿋꿋하게 서서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곤충은 곤충대로, 개울은 개울대로, 사람들은 또 사람들대로 자연의 질서를 지키면서 아름답게 살아간다. 나는 이런 우리 마을을 내 친구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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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때, 나는 친구들을 초대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내 친구들은 모처럼 자연이 어우러진 숲속 같은 우리 집에서 한 밤을 자고 가기로 했다.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아빠가 지붕을 덮어 만든 평상 위에서 말이다.
우리는 뒤뜰에 있는 앵두나무에 옹기종기 매달려 앵두를 땄다. 그리고 봉숭아 꽃씨를 받아 햇볕에 말리고, 자두나무의 도둑도 잡았다. 도둑은 바로 산까치였다. 자두가 많이 떨어져서 누구의 짓일까? 궁금해서 아빠가 그물을 쳐 두었는데, 그 도둑이 우리 손에 잡힌 것이다. 우리 아빠가 30년이나 정성껏 가꾼 나무에 손을 댄 녀석이 나는 얄미웠다.
“얘들아, 이 도둑을 확 구워 먹을까?”
“그래, 어떤 맛인지 한 번 구워 먹어보자.”
그때 뒤뜰에서 고추를 말리던 할머니께서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계셨던 모양이다.
“새도 먹고, 벌레도 먹고, 짐승도 먹고 해야지, 자연이 주는 선물을 우리만 덜렁 받아 챙기면 쓰겠나?”
할머니는 나무 열매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새들의 것, 벌레들의 것, 산짐승들이 함께 나누어야 할 몫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 할머니는 약을 뿌리지 않고, 벌레가 먹으면 먹는 대로, 멧돼지가 조금 파먹으면 또 그런대로 욕심 없이 농사를 지어오셨던 것 같다.
“할머니, 그럼 아빠는 왜 그물을 치셨을까요?”
“그래도 우리 손주들 먹을 것은 남겨야제. 저들도 무울만치 안 뭇나?”
“그래, 맞다. 저그들도 양심은 있어야제.”
우리는 할머니 말투를 따라 하며 마주보고 웃었다. 그리고 자연의 일부인 그 새를 살던 곳으로 날려 보내주었다.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온다. 벌써부터 우리 집 뒤뜰이 술렁인다. 할머니는 된장, 간장, 고추장 뚜껑을 열어 햇볕도 쪼이고 장독도 말끔히 닦으셨다. 친척들에게 나누어줄 것도 벌써 생각해 놓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새벽시장에서 사 오신 생선들을 손질해서 말리시고, 쌀가루도 미리 빻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셨다.
그리고 아빠는 낫을 갈고, 예초기에 기름을 넣고 시험운전을 마치셨다. 그동안 조경일로 거제에 가 계셨기 때문에 미리 벌초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추석 전날 작은아빠도 오시고, 사촌들이 모이면 한다고 했다. 아빠 마음은 이랬다. 벌초야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조상님을 섬기는 마음을 우리한테도 가르쳐 주고, 우리 가족의 뿌리를 다시 한 번 기억 시켜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나는 우리 마을이 늘 변함없이 깨끗하고,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자연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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