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 강조는 각박' 논리는 착각
평가기준 일관돼야 불만없어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몇 달째 서점가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다. 일종의 철학서가 대중적 인기를 끄니 그 이유를 두고 분석이 많다. 인문학 열풍의 연장이다, 혹은 정의가 사라진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등등. 어찌됐든 이런 담론이 화두가 된다는 것이 반가워 필자도 독서 행렬에 동참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점점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정의라는 이슈는 간단치가 않아서 언제나 가치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논리와 논리가 부딪친다. 그래서 실제로는 논리보다 감정의 잣대로 판단되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슈가 이렇다. 똑 떨어지는 답이 없을 때 더욱 그렇다. 시장성도 마찬가지다. 자율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자는 것이 시장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시장성을 감정의 잣대로 본다. 지나치게 경쟁만을 추구하고 인간적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시장성이 강조되면 인간은 불행할까?
미국의 유기농전문 슈퍼마켓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의 경우 때로는 각박한 경쟁이 오히려 '일할 맛'을 더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홀푸즈마켓은 팀 간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팀 성과가 직원의 연봉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4주마다 한 번씩 팀당 노동시간에 따른 이윤을 측정해 다음 달 보너스로 책정한다. 게다가 모든 직원들의 급여 및 보너스를 공개함으로써 경쟁심을 자극한다. 다른 팀보다 연봉을 적게 받았다고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재고관리, 홍보방법, 제품 가격까지 팀이 스스로 결정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팀원들은 가장 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들여와 좋은 가격으로 파는 것에 사활을 건다. 철저하게 시장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다. 직원 채용에서도 똑같다. 홀푸즈마켓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해당 팀에서 4주 동안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4주간의 수습이 끝나면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지 여부를 팀 동료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찬성표가 3분의 2 이상 나왔을 경우에만 통과할 수 있다. 신입사원과 같이 일할 사람들이 그를 직접 평가하고 뽑는 방식이다. 무능력하거나 게으른 사람을 고용하면 그만큼 팀의 보너스가 줄어들 위험을 떠안아야 하므로 평가는 아주 객관적으로 이뤄진다.
어떤가? 너무 각박하다고 생각되는가? 동료애는 커녕 처절한 경쟁만이 난무하는 불행한 직장이라 여겨지는가? 아니, 정반대다. 홀푸즈마켓은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명단에 10년 넘게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직원만족도도 동종업계에서 최고다. 기업실적은? 1980년 미국 오스틴에 처음 세워진 이 슈퍼마켓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 18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도 연간 60억달러가 넘는다. 이윤은 월마트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매출성장률은 업계 평균의 3배가 넘는다.
비결은 하나다. 자율 경쟁 시장에서 직원들이 재량권을 가지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뜻 각박하다 싶지만 평가기준이 일관되고 공정하니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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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떠들썩했던 '공정한 사회' 담론이 요즘은 잠잠해진 듯하다. 공무원 사회의 고위직 자녀 특채 파문으로 논의 자체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도 각종 뒷거래와 온정주의가 판치는 게 우리 사회다. '공정'은 더 활발한 토론을 통해 꼭 구현돼야 할 주제다. 그렇다면 그 논의의 시초를 홀푸즈마켓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누구나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 그래서 더 풍요로워 지는 사회. 하지만 그 바탕에는 모두가 인정하는 공정함이 기반이 돼있는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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