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중재 팔 걷었다… '서울 컨센서스' 추진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초조하게 지구촌 환율전쟁을 지켜보던 한국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적극적인 중자재 역을 자임하며 수세에서 공세로 입장을틀었다. 불과 열흘 전 소득없이 끝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결과를 답답하게 바라보던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기왕 나서게 될 환율전쟁이라면 '강제 징용'이 아니라 '적극 참전'으로 살 길을 찾자는 것이 정부구상인 듯 하다.
정부의 자세 전환은 1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윤 장관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최근 세계 경제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 지연과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가능성, 환율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각국이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출에 더욱 의존하게 되면서 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보호무역 주의로 비화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장관은 이어 "우리나라가 G20정상회의 의장국으로 2년 전 워싱턴 회의에서 스탠드스틸(stand stillㆍ투자와 무역에 현 수준 이상의 새로운 장벽을 치지 말자는 약속)을 주도했듯 앞으로도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요 20개국(G20) 의장국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중재안을 내놓는다는 복안이다. 리더십을 평가받을 첫 무대는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사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의장국 직권으로 서울 G20정상회의에 '중재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물론 강제성을 띠는 조치는 아니지만, 상징성은 적지 않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다행히 최근의 분위기는 한국에 우호적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환율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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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이 지난 9월 이후 위안화 절상에 속도를 낸 점을 인정한다"며 "이런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같은 날 발표하기로 했던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 발표도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로 미뤘다.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높았던 보고서다. 덕분에 중국은 점진적 위안화 절상론에 시간과 명분을 얻게 됐다. 꼿꼿하던 자세를 바꿔 미국이 주문한 내수 확충에 신경을 쓰겠다는 메시지도 흘렸다. 중국은 18일 폐막한 17차 당 중앙위 5차 전체회의에서 앞으로 5년 동안의 성장률을 7.0~7.5% 수준으로 낮추는 등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내수를 키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주보고 달리던 G2의 신경전이 한 고비를 넘긴데다 국제기구와 G20 안팎 신흥국 어느 쪽도 환율전쟁의 장기화를 원치 않아 앞으로 한국의 중재역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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