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등 비대면 소통 늘어도
"세부 쟁점은 결국 만나서 결정"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민원동은 출입증을 발급받으려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울산에서 왔다는 한 공기업 직원은 "하반기 사업과 관련해 부처와 논의할 사항이 있어서 왔다"며 "큰 방향은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어도, 세부 쟁점은 결국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종합안내실도 쉴 새 없이 방문객이 오갔다. 로비 한쪽에서 회의 자료를 정리하던 한 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배출 규제와 관련해 부처 담당자를 만나러 왔다"며 "오후에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세종시를 '스마트·디지털 행정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화상회의와 텔레그램 메신저 등 온라인 소통이 확대됐지만, 부처 간 협의나 인허가 등 핵심 정책 조율은 여전히 대면 중심으로 돌아간다. 대면 중심 업무 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경제부처 서기관은 "화상회의 빈도가 늘어난 건 맞다. 문제는 대면 회의도 그대로인 데다 출장까지 덩달아 늘었다"고 푸념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출장 온 지자체나 기관 공무원을 응대하다가 예기치 않게 민원까지 대응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야근이 된다"고 했다.

[관가in] 李정부 '디지털 행정' 강조해도…세종청사 방문증 발급 3년새 76%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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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사 내 총 27개 기관(부·처·청·위원회 등 포함)의 방문증 발급 건수는 13만10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1분기(7만4275건)와 비교하면 3년 새 76.4% 늘어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 43만6430건, 2024년 53만7510건, 2025년 49만3330건으로 3년 연속 40만 건을 웃돌았다. 비대면 행정 확대 기조와 달리 현장 방문 수요는 지난 정부와 크게 변화가 없는 셈이다.

방문증 발급 건수는 국토교통부(2만726건·1분기 기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총 7만4430건의 방문증을 발급해 가장 적은 국무총리비서실(315건)의 236배, 실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가운데 가장 적은 법제처(2523건)의 약 29.5배에 달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배분과 도시개발·정비사업 인허가, 광역교통망 구축 협의 등 업무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민간 건설사 등의 방문 수요가 상시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청사관리본부 직원들이 운전자들에게 2부제 시행 안내를 하고 있다. 왼쪽은 업무공간인 중앙동, 오른쪽은 민원동 건물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사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청사관리본부 직원들이 운전자들에게 2부제 시행 안내를 하고 있다. 왼쪽은 업무공간인 중앙동, 오른쪽은 민원동 건물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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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분기 방문증 발급이 지난해 같은 기간(7700건) 대비 44.1% 급증했다. 올해 초 정부 조직 개편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기능 일부가 기후부로 이관되면서 관련 협의 수요가 집중된 영향이다. 반면 산업통상부는 같은 기간 방문객 수가 9820건에서 8048건으로 18.0% 줄며 대조를 이뤘다. 기능 이관의 여파가 방문 통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이런 수치는 산업계와 민간협회, 일반 민원인도 포함돼 부처 간 업무성 방문으로만 해석하기는 한계가 있다. 다만 청사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는 순수 민원인보다 중앙부처와 협의를 위한 정부 관계자들의 업무성 방문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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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와 외부 공무원 모두 업무 피로도가 가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예산 담당 부서에 있을 땐 부처 예산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한 달에도 몇 번씩 방문했다"며 "회의 한 번 하려고 지방에서 올라오면 이동 시간까지 포함해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대선 중부권 주요 지역공약을 통해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대통령 임기 내 건립하고,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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