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화기 값 800만원 입금"…완도 '소방관 사칭' 전화사기 피해 발생
"고가 소화기 없으면 벌금 폭탄"업주 협박…430만원 갈취 후 잠적
바쁜 시간대·도지사 직인 위조 공문에 '속수무책'
소방본부, "정식 소방점검은 우편 통보…관할 소방서로 꼭 확인을"
전남 전역을 휩쓸고 있는 소방관 사칭 전화사기(보이스피싱)가 마침내 완도에서도 실제 금전 피해로 이어졌다. 식당 업주들의 절박한 심리와 관공서에 대한 신뢰를 악용한 악질적 범행으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당국의 급박한 대처가 요구된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 업주 B씨가 소방관을 사칭한 사기범의 치밀한 덫에 걸려 430만원을 고스란히 뜯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기범의 수법은 대담하고 집요했다. '리튬 및 배전반 소공간용 소화기'라는 생소한 장비를 거론하며 총 800만원의 대금을 요구했다.
이체 한도에 걸린 B씨가 430만원밖에 입금하지 못하자, 사칭범은 "나머지 370만원은 내일 반드시 추가로 송금하라"는 올가미를 씌웠다. 당장 기기를 들이지 않으면 500만원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서슬 퍼런 협박이 B씨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켰다.
불과 몇 시간 전, 완도군 군외면의 한 기사식당 업주가 기지를 발휘해 400만원대 사기 피해를 극적으로 막아냈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완도읍 한복판에서 곧바로 실제 피해자가 나오며 지역 상권은 패닉에 빠졌다.
점심시간 겨냥한 기습, 완벽하게 위조된 공문 앞엔 '속수무책'
범행은 식당이 가장 혼잡한 점심시간을 정확히 조준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틈을 타 전화를 건 사기범은 자신을 소방 당국 관계자라 칭하며 "오늘 오후 당장 점검이 나간다. 고가 소화기가 없으면 즉시 벌금 500만원이다"라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당황한 업주의 의심을 완전히 꺾어버린 건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한 장의 사진이었다. '전라남도지사'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위조 공문이었다. 관공서의 공문서까지 버젓이 들이미는 사기극 앞에 영세 상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일단 대금을 선입금하면 추후 국가 지원금으로 전액 환급된다"는 달콤한 거짓말까지 곁들였다. 벌금이라는 '공포'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린뒤, 환급이라는 '동아줄'을 내려 입금을 유도하는 이중 심리전이다.
실제 일반 식당 주방에 의무화된 것은 4만원 안팎의 'K급 소화기'다. 하지만 사기범들은 이를 100배 이상 부풀려 400만원짜리 장비로 둔갑시켰고, B씨는 결국 사칭범이 지정한 대포통장으로 어렵게 번 돈을 이체하고 말았다.
유유히 잠적한 사기범… "계좌 지급정지가 최후의 생명줄"
현재 전남도소방본부는 도내 22개 소방서와 협력해 상인회와 다중이용업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예방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완도소방서 관계자는 "정식 소방 점검은 반드시 사전 행정 절차를 거쳐 공문으로 우편 통보되며, 소방서나 도청이 전화 한 통으로 특정 제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현장에서 벌금을 위협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돈 얘기가 나오는 순간 사기로 판단하고 즉시 전화를 끊은 뒤 119나 관할 소방서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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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B씨처럼 추가 입금 요구를 받은 피해자의 경우, 이튿날 은행 영업이 시작되기 전 지체 없이 경찰(112)이나 해당 금융회사에 연락해 '계좌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만 추가 피해를 막고 이미 송금한 금액을 동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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