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3가지 시나리오 - WSJ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전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갈수록 침체에 늪에 빠져들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 경제가 회복을 시작한 지 1년여만에 초기의 강한 성장세를 상실했다면서 이로 인해 전세계가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바람은 미국 소비자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물거품이 됐다. 독일과 일본의 경제성장세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다행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초기에 보여준 놀라운 성장세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에단 해리스 선진국 경제 리서치 대표는 “로켓의 2차 엔진 점화를 기다려 왔지만 결국 흐지부지돼 버렸다”고 말했다.
초기 경제 회복세를 주도해왔던 정부의 경기부양정책과 기업들의 재고 축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을 추가 경기부양책은 한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가 언제 살아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련 경제지표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의 소비자 지출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미국 및 유럽에서는 높은 실업률로 인해 관련 경제지표의 단기 전망마저 어두운 상태. 야후의 캐롤 바츠 CEO는 “글로벌 경제가 올해 안에 개선될 것이라는 조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 “미국이 회복되지 않는한 전세계 경제 역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후는 지난 2분기 동안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전세계 증시는 급증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세계 200개 우량기업 중심의 글로벌 다우지수는 지난주 1971.81포인트로 마감, 지난 4월의 2087.12에 비해 10.3%나 빠졌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어두운 세계 경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과 같은 선진국들이 장기간에 걸쳐 성장률 둔화 및 고실업률에 시달리면서 세계 경제는 미미한 성장세를 유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깜짝 성장(업사이드 서프라이즈)’가 나타날 확률은 가장 낮게 점쳐졌다.
◆ 허약한 경제 성장 유지 = 최근 몇주간 발표된 각국의 경제지표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 때 재고 축적에 돌입했던 기업들은 현재 감소하고 있는 수요로 인해 하반기 생산량을 줄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8월 산업활동지수는 53.9를 기록, 4월 최고치 57.7에 비해 하락했다. 올 상반기 전세계 수출 성장률 역시 지난해 하반기 47.5%에서 7.4%로 크게 둔화됐다. 듀크에너지의 짐 로저스 CEO는 “2014년까지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경기부양책의 철회로 타격을 받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축소함에 따라 3분기 경제성장률에서 0.5%포인트가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은 긴축안이 문제가 됐다. 그리스부터 영국, 독일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지출 감소 및 증세를 통한 재정적자 감축에 나서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줄리안 칼로우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안은 소위 ‘방안의 꼬끼리’라고 할 수 있다”면서 “모두가 긴축안이 문제인 것을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오히려 경기 과열 양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부러 대출 및 부동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월터스 클루워의 낸시 맥킨스트리 CEO는 “미약한 성장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최소한 2012년이나 2013년이 돼야 전세계적 회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더블 딥’ 가능성도 배제 못해 = 더블딥 가능성도 잔존한다. 최대 위험 요소는 역시 유럽 재정 위기다. 최근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트갈의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유럽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는 것. 최악의 경우, 유럽 위기는 똑같이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미미한 성장세조차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고실업률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고 이는 또다시 실업률 상승을 유발하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경제 비관론자 중 한명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 경제 성장세는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실업률 상승과 주택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은행 및 주택 소유자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자 및 기업 지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대립 역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양당은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과 세금 감면 연장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미국 경제는 또다른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 ‘깜짝 성장’ 가능성은? = 전세계 경제가 ‘업사이드 서프라이즈’를 보일 가능성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경우와 미국 외 국가가 성장을 견인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실 미국은 전세계 경제를 재부양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미국 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역대 최고치인 1조8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소득세 및 건강보험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미국 기업들은 얼마든지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의 경제 침체가 오히려 세계 경제 반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함에 따라 전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역시 초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활발한 경제 활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기 있는 신흥국들의 경우 연준의 초저금리 유지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의 1%포인트 하락은 전세계 경제의 0.6% 상승과 맞먹는다”면서 “이는 미국 경제가 1%포인트 상승했을 경우보다 2배나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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