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마저도 할인…운전기사 노릇 해달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수입차 딜러가 겉보기에 화려할지 몰라도 아주 힘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죠."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 8%대를 넘어서는 등 수입차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근사한 차와 넓은 전시장, 그곳에 일하는 딜러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겉에서 보이는 화려함과 달리 이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애환 또한 만만치 않다.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보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수입차 딜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주인공은 바로 '진상'고객이다.


▲"인센티브까지 깎아줘요"= 딜러들은 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수입차 가격이 최소 수 천 만원부터 출발하는 만큼 고객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은 다반사지만 그 중에도 진상은 있다.

푸조차를 파는 한 딜러는 몇 개월 전 고객에게서 부담스런 요구를 들었다. 이 고객은 차를 확실하게 구매할 의사는 있는데, 그 대신 딜러 몫인 인센티브마저 할인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판매에 따른 실적이 올라가는 만큼 인센티브 정도는 안받아도 그만 아니냐는 게 이 고객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차 판매로 먹고 사는 딜러로서는 들어주기 힘든 조건이었다.


"외부에서 봤을 때 전시장도 근사해 딜러들이 많이 버는 줄 아는데, 사실과 달라요. 차값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대 팔아 30만~40만원 정도 남기는 정도입니다"


또 다른 수입차 딜러는 각종 옵션 요구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가죽시트는 기본이고 유리막코팅, 블랙박스 장착을 무상으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 값으로 따지면 300만~400만원에 상당한다. 판매대수를 늘리기가 아쉬운 상황이지만 인센티브 이상의 과도한 요구에는 할 말을 잃었다.


젊은 고객들 가운데 일부는 온라인에 나온 잘못된 정보를 보고 각종 옵션을 달라고 요구해 딜러들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진상 고객들은 시승에서도 차이가 있다. 시승은 차의 성능을 고객이 직접 체험해 구매로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볼보 딜러는 오후 늦게 찾아온 40대 고객을 잊을 수 없다. 저녁 7시 무렵 찾아온 이 고객은 딜러와 함께 차를 탄 후 인천으로 달렸다. 코스야 짜기 나름이지만 잠재고객인 만큼 '그만 돌아가자'는 요구를 할 수 없었다. 이 고객은 인천의 한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는데, 그곳은 고객의 집이었다. 시승차를 타고 공짜로 귀가한 셈이다.


지나치게 꼼꼼히 가격을 비교하는 고객도 부담이다. 아우디 딜러는 한 여성 고객이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최대한 가격을 맞췄다. 옵션 제공에도 아낌이 없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계약서를 내미는 순간, 이 고객은 돌변했다. 다른 매장에서 견적서를 받아보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허무했죠. 계약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보였는데, 미룬다고 하니 착잡했습니다."


▲"내가 고객의 운전기사?"= 어렵게 차를 판매해도 진상 고객은 여전히 딜러들을 괴롭힌다. 방법도 다양하다. 볼보의 또 다른 딜러는 졸지에 운전기사가 된 사연을 소개했다.


"한 고객이 퇴근 무렵에 어느 술집으로 부르더군요. 차에 대해 물어볼게 있다고요. 근데 룸살롱인겁니다. 도착했더니 오늘 하루만 운전기사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거예요. 고객은 손님을 접대한다고 룸살롱에 있고, 저는 고객이 나올 때까지 차에서 꼼짝을 못했죠."


폭언도 딜러들에게는 스트레스다. 아우디의 한 매장에는 어느날 수 명의 건달들이 들이닥쳤다. 새로 구입한 차가 이상하니 환불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고성을 지르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니 제대로 영업을 할 수도 없었다. 며칠 동안 계속된 요구에 결국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교환 요구를 수용하고 말았다.


한 수입차 고객은 환불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아무도 출근을 안한 새벽에 매장 앞에 차를 놓고 가버리기도 했다.


미쯔비시 딜러도 고객의 폭언에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다. 고객이 구매한 차종은 SUV. 세단에 비해 시끄럽고 승차감이 떨어진다면서 환불을 주장한 것이다.


이 딜러는 "다행히 다른 SUV를 타본 후 SUV 속성이 그렇다는 것을 이해 해줬다"면서 "차가 너무 안좋다고 화를 낼 때는 상당히 곤혹스러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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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고객들의 황당하고 무리한 요구에 딜러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만큼 웬만하면 참고 넘어간다는 답변이 많았다.


하지만 한번 진상은 영원한 진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차를 안팔겠다'고 선언하는 딜러들도 적지 않았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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