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북선이 다시 우리 역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임진왜란 후 400년 가까이 흐른 1971년입니다. 무대는 전사(戰史)가 아닌 경제사(經濟史)입니다. 1971년, 고 정주영 회장은 울산 미포만에 세계 최대 조선소를 짓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웁니다. 돈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정 회장은 혼자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 한 장과 외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 한 장을 들고 유럽을 돌아 영국에서 차관을 얻고, 그리스에서 유조선 두척을 수주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세계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의 탄생에 얼마만큼 기여를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500원 거북선 신화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에 더 큰 공을 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 회장의 개척자 정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조선왕국 대한민국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제(21일)로 정 회장이 저 세상으로 간지 9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세계 최대 조선업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가도 화답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 기간 17만3500원에서 22만7500원으로 올랐고, 현대미포조선은 10만3000원에서 14만6500원으로 4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조선업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머뭇거릴 때 외국인들은 과감하게 매수에 나서 상당한 평가차익을 거둔 것입니다.
지난 17일, 현대중공업에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선주가 발주한 탱커 5척(4800억원 규모)의 수주가 취소됐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총 수주잔량 217척을 보유 중입니다. 전체 수주잔량을 생각하면 미미(?)한 수준의 계약취소지만 이게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리스크도 달라집니다.
특정 선사의 이슈라면 큰 부담이 없겠지만 해운업 전체의 리스크라면 추가 수주 취소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옥효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관건은 이번 수주 취소건을 컨테이너 등 대형 선사의 무더기 취소로 연계시킬지, 아니면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주취소로 인식할지 판단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업황 리스크보다 개별 선사의 문제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옥 애널리스트는 “수주취소는 악재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선박 킻 해양 신규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악화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주취소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이벤트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계약취소 금액이 지난해 매출액의 2%에 불과하고, 1월말 전체 수주잔고 505억달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 수주취소의 귀책사유가 상대방에게 있어 관리비용을 선주가 부담한다는 점, 선박 발주 취소사태를 이미 시장에서 인지하고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을 들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습니다.
대우증권도 이번 수주취소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기존 수익예상치를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목표가를 내리거나 한 증권사는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실제 이 발표 후 현대중공업은 18일 5000원(2.15%) 내렸지만 다음날인 19일 4500원(1.98%) 반등했습니다.
3월 이후 나온 현대중공업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매수’ 의견 일색입니다.(투자의견과 목표가 제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제외) 하지만 목표가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 4곳의 목표가는 25만원에서 27만5000원입니다.
최고 목표가인 대우증권의 27만5000원까지 상승여력이 20%도 되지 않습니다.(19일 종가 23만2000원 기준) 25만원 목표가와는 10%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만 들어선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PER 7배 수준의 현주가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참고로 내년은 올해보다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게 대부분 증권사들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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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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