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올 설엔 초콜릿 떡국이라도...?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2010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 달콤한 설을 맞이하게 됐다. 바로 민족의 명절인 설과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의 축제일인 발렌타인데이가 겹쳤기 때문이다.
설과 발렌타인데이의 독특한 만남을 두고 '설렌타인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둘이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설렌타인데이란 말을 듣고 보면 꽤 궁합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설은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 데 모여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설레임이 있고 발렌타인데이는 연인들이 사랑의 달콤함에 설레는 날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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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설렌타인데이를 맞이한 풍경도 평소와는 색다르다. 떡을 사러 들른 동네 재래시장. 떡집 앞은 설답게 문전성시였다. 가게 안의 기계에서는 쉴새없이 가래떡이 매끈한 자태를 뽐내며 뽑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떡국용 떡과 차례상에 올릴 떡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 설이 되면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몇 집 건너 가게 앞에 또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다. 저 집도 떡집인가 하고 보니 제과점이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사려는 학생들이 몰려 시끌벅적하다. 편의점 앞은 초콜릿 가판대 옆에 나란히 설 선물세트 가판대가 놓여져 있다. 그야말로 설렌타인데이 맞춤 마케팅이다. 백화점도 설과 발렌타인데이 두 대목을 잡기 위한 이벤트 마케팅이 한창이다. 그래서 설 준비를 위해 장보러 나온 사람들의 장바구니에는 설 음식 재료와 함께 초콜릿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런 특별한 설렌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음식이 뭘까? 설 대표 음식인 떡국과 발렌타인데이의 상징인 초콜릿을 섞어 초콜릿 떡국이라도 끓여야 할까?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초콜릿 퐁듀다. 초콜릿 퐁듀는 녹인 초콜릿에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빵 등을 찍어먹는 요즘 인기있는 디저트다. 데운 생크림에 초콜릿을 넣어 놓인 후 과일향 리큐르를 살짝 넣어 초콜릿 퐁듀를 만든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초콜릿에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대신해 가래떡을 묻혀 먹어 봤더니 그 맛이 별미다. 설렌타인데이의 묘한 어울림이 그대도 묻어난다.
떡국은 설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 떡국을 먹는 것은 흰색의 길다란 가래떡이 순수와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묵은 과거를 떨치고 깨끗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와 가족들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떡국에는 재복을 비는 의미도 담겨 있다. 떡국에 쓰는 떡의 모양은 엽전을 상징하며 가래떡처럼 길게 재산을 늘리라는 뜻도 있다. 또한 새해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불렀다. 조선시대 풍속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도 떡국은 설날에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떡국의 육수는 원래 꿩고기로 우려낸 국물을 쓰는데 꿩을 구할 수 없으면 닭을 대신 사용했다. 우리가 잘 아는 속담인 '꿩 대신 닭'이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연인들의 대표적인 기념일이 돼 버린 발렌타인데이는 원래 사제 발렌티누스를 기리는 날이다.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청년들을 군대에 보내기 위해 결혼을 금지하자 발렌티누스는 이는 부당하다고 여겨 젊은 연인들의 비밀 결혼식을 주관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 결국 발렌티누스는 처형을 당했다. 그 후 그가 죽은 날인 2월 14일은 연인들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한 그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일이 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발렌타인데이의 유래는 이렇다. 하지만 실제로 요즘 사람들에게 발렌타인데이는 연인들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매년 2월 14일이면 길거리엔 초콜릿이 넘쳐난다. 마치 이 세상이 연인들만을 위해 돌아가는 것처럼 변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같은 발렌타인데이의 호황이 상인들의 상술에 의한 것이라며 여기에 놀아나선 안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요즘은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초콜릿이 아닌 명품 시계나 핸드백 등을 주고 받아 발렌타인데이의 의미가 퇴색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달콤한 초콜릿으로 마음에 둔 사람에게 고백을 한다는 것만큼은 가슴 설레이고 로맨틱한 일이다.
가족들과 떡국을 먹든 연인과 초콜릿을 나눠 먹든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와 설렌타인데이를 보낸다면 충분히 즐겁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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