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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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4대강 살리기사업에서 최저가 대신 턴키방식을 활용함으로써 1조여원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시민단체에서 흘러나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턴키 입찰 과정에서 건설업체간 담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턴키 심의위원 매수같은 불미스런 사건도 간혹 언론에 등장하곤 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정부에서는 턴키 입찰 방식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은 다소 근시안적이며, 너무 소극적인 자세로 판단된다.


우선 턴키 방식의 낙찰률이 높다고 해서 단순히 시공사를 배불리는 것으로 보는 시각은 턴키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턴키공사는 예산이 정해져 있으며, 입찰자는 예산 범위내에서 가능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최고의 설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더구나 설계로 경쟁하므로 당연히 우수한 기술이나 자재ㆍ공법이 총 망라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생태통로 설치나 태양열ㆍ지열이용설비, GPS기술 활용 등 최저가 방식과 달리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당연히 설계 규모와 물량도 발주자의 예산 범위에 근접하게 되며, 낙찰률도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 즉 턴키 낙찰률이 높아지는 것은 단순한 '가격경쟁'보다 '기술경쟁'을 중시하기 때문이며, 발주자 예산에 비례하여 그만큼 설계가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턴키 방식은 발주자 예산 범위내에서 다양한 공법과 기술?자재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건설기술을 혁신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므로 턴키 축소는 건설기술경쟁을 약화시키고 건설업체를 무한 가격 경쟁으로 내몰 수 있다. 이는 건설산업 전반의 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요즘 해외 공사의 트렌드를 보면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의 형태로 설계, 구매, 시공을 패키지로 수행하도록 한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공사 절반 이상이 EPC 방식이다. 따라서 국내 건설회사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수행해 본 경험, 즉 턴키 공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턴키의 축소는 곧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턴키 발주 물량의 축소는 건설산업의 선진화나 세계화의 흐름과도 배치된다. 우리나라는 설계와 시공이 서로 독립된 업역으로 분리돼 있다. 이에 따라 설계와 시공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문제가 있다. 최근 시공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비해 설계나 엔지니어링 기술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공 과정에서 수많은 설계변경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설계ㆍ엔지니어링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설계ㆍ시공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턴키 방식은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을 일체화하여 건설기술의 피드백(feed-back)이나 피드포워드(feed-forward)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히 시공성(constructability)도 높아진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대형사와 중소업체간 공동 도급을 통해 기술 이전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턴키 발주가 축소된다면 설계와 시공 업역 단절이 심화되고 대-중소업체간 기술 이전이 저해된다. 아울러 턴키 방식 대신 최저가 입찰이 차지하면서 가격경쟁만을 불러와 건설산업의 질적인 퇴락을 몰고 올 것이다.


정부가 턴키 방식을 축소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낙찰률이 높다는 외부의 비판이며, 하나는 심의위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다. 그러나 낙찰률이 높다는 것은 적정 품질을 확보하고 기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이다. 오히려 제값주고 제대로 시공하는 것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것이다. 더구나 친환경이나 에너지절감, 인텔리전트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 신기술ㆍ신공법을 채택하려면, 규모의 경제로 볼 때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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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원 문제는 일벌백계로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태라면 부정의 개입은 최소화될 것이다. 설계 심의에 있어서는 부적절한 심의위원을 점차 배제해 나가고, 실무 중심의 기술인력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구더기무서워 장 못담글까'라는 격언이 있다. 물론 턴키 방식도 설계시공병행(fast track)이 어려워 공기 단축 효과가 적다는 비판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턴키 방식이 건설업체의 기술력 향상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기여해왔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운영상의 미비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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