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눈물나면 선암사 해우소로 가라"<2>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암사 해우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우소다. 선암사가 창건될 때 지었다고 가정한다면 1500여년 정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암사 해우소는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크고, 우리나라 해우소의 전통성을 그대로 지켜온 가장 전통적인 해우소다.
굳이 ‘뒤ㅅ간’이라고 표기된 표지판이 붙어 있는 까닭도 옛날 쓴 것을 그대로 둬서 그런 것이지, 지금 와서 일부러 그렇게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점이 바로 선암사 해우소의 역사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선암사 성보박물관(聖寶博物館)에는 ‘1597년 선조 30년에 화재가 났는데 그때 뒷간이 남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까 선암사 해우소는 꼭 지금의 형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9세기경 도선국사가 선암사를 창건할 당시부터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이 사는 곳엔 뒷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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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해우소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냄새가 안 나는 곳”
선암사 포교사(布敎師) 전각(田覺) 스님의 말씀을 빌리면 선암사 해우소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냄새가 안 나는 곳”이다. 그래도 청소는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해우소를 “몇 년에 한 번 치우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일년에 서너 번은 치운다”는 것이다. 나는 청소 주기를 ‘연 단위’로 여쭈었으나 스님께서는 ‘월 단위’로 말씀하셔서 무척 놀랍게 생각되었다. 그건 “대중(신도)이 많으면 자연히 자주 치우게 된다”는 것이다. “대중이 적어 조금씩 자주 치울 때는 삽질을 해서 리어카에 실어 치우는데, 대중이 많으면 포클레인을 동원해서 치운다”고 한다.
또 “예전에는 해우소에 쌓인 분뇨를 채소밭에 뿌리는 퇴비로 썼으나, 요즘은 산돼지가 너무 자주 찾아와서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에 퇴비로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번에 선암사 해우소에서 일부러라도 대변을 한번 보고 싶었다. 그냥 쉽게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선암사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한번 누고 싶었다. 소변을 볼 때와는 달리 또다른 느낌이 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번엔 해우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해우소는 보수공사 중이었다. 지금까지 몇 차례 선암사에 들렀으나 해우소가 공사 중인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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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해체 보수공사.(2008.4.30~2009.12.18) 관계자 외 출입금지. 남해안 관광벨트(선암사 일원 주변 조수 정비) 사업으로 인하여 관람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금번 공사로 인하여 해우소(뒷간) 사용이 불가하오니 해우소 우측 아래쪽에 위치한 화장실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써진 입간판이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해우소 입구 여기저기 시멘트 포대가 쌓여 있었고, 해우소를 나와 손을 씻을 수 있는 돌확도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전각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해우소 보수 공사는 “보통 5년에 한번 정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기둥 하나가 썩어 전체를 수리하게 됐다”고 하는데, “평당 3천만 원 정도 예산이 든다”고 한다.
외인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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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우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좀 낭패한 기분이 들어 입간판 주위를 자꾸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해우소 아래쪽에 위치한 화장실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 문구에 따라 (그동안 나는 선암사에 해우소만 있는 줄 알았지 수세식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화장실 쪽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화장실은 해우소와는 전혀 다른 현대식 시멘트 건물이었다. 우선 ‘Toilet’라고 써진 표지판부터 달랐다. 댕기 머리 땋은 소녀가 그려진 아크릴 팻말이 여성용 화장실임을, 도련님 복장을 한 소년이 그려진 아크릴 팻말이 남성용 화장실임을 알리고 있는 점도 도시의 어느 화장실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일부러 수세식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봤다. 맑고 시원한 느낌을 느끼게 되는 해우소와는 달리 소변에 찌든 변기 특유의 비릿한 물비린내만 느껴질 뿐이었다.
나는 서둘러 수세식 화장실을 나와 해우소 앞을 서성거렸다. 마침 가슴에 ‘묵언(?言)’이라는 종이팻말을 단 행자 스님 한 분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스님에게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스님은 “행자들은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당연히 해우소를 쓴다”고 한다. “노스님들만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시고, 관광객이나 신도들은 어느 곳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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