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한 성적으로 투자자 현혹
깊이 있는 펀드 분석 필요
연초가 되면 작년 한 해에 대한 성적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자산 운용을 하는 펀드들도 예외는 아닌데, 좋은 성적표를 받은 펀드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광고한다. 그 이유는 펀드가 돈을 버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하나는 자산 크기에 비례하는 펀드 운용비로 얻는 수익, 다른 하나는 일정 이상의 성과를 냈을 때 받는 성과 보수다.
펀드 운용이 잘되면 성과 보수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익률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 더 많은 자금이 펀드로 유입된다. 이는 펀드 자산 규모를 키워 더 많은 운용비를 걷을 수 있게 만든다. 반면, 수익률이 높지 않으면 자산을 맡기는 고객이 줄어들어 수익도 감소한다.
당장 수익이 많지 않더라도 펀드에 유입된 자산이 많다면 운용비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펀드 매니저의 특징이다. 그래서 자산 운용 성과도 중요하지만,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판매 전략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펀드를 잘 판매하려면 펀드가 좋아 보이도록 보여야 한다. 투자자로서는 결국 수익률이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펀드 매니저는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연말이 됐을 때 그 해 성과가 좋지 않아 1년 치 성과를 그대로 보고하면 안 좋은 성적표를 제출하고, 투자자 이탈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표 조작 방법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바로 보유 주식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가령 A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 주식을 추가 매수하면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동성이 부족한 주식은 적은 양의 추가 매수로도 보유 주식의 시장가치를 올릴 수 있다. 이 전략을 ‘포트폴리오 펌핑’이라고 부른다.
포트폴리오 펌핑은 시장가치로 평가된 자산가치를 일시적으로 상승시켜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펌핑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근본적인 가치 상승이 아니므로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매도 시 더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여러 실증 분석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펌핑을 사용한 펀드는 장기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투자자에게도 손해를 끼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으로 평가된다.
펀드의 또 다른 전략으로는 ‘윈도 드레싱’이 있다. 이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쇼윈도에 멋진 상품을 진열하는 기법에서 유래했다. 펀드도 마찬가지로, 포트폴리오 공개 직전 최근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매수해 마치 인기 있는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이는 펀드가 우수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보유 주식을 확인하는 투자자는 현혹될 수 있는 전략이다. 윈도 드레싱도 단기적으로는 투자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으며,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들이 오히려 더 낮은 장기 수익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분기말이나 연말이 되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거나 투자처를 변경하는 일이 많다. 더 좋고 안정적인 펀드를 찾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펀드가 좋은 펀드인지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익률이나 단기 포트폴리오 구성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거짓 정보와 사람을 현혹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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