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품귀 현장
잠실 매물 안내판에 '구합니다'
1.5만가구 '엘리트'에도 없어
길음뉴타운 전세도 2억 '껑충'
빌라로 발길 돌려도 마찬가지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외부 유리창에는 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엘리트)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중개업소 대표는 "그냥 붙여둔 것"이라며 "전세 매물이 없다. 금액도 안 적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총 1만4837가구 규모인 '엘리트' 대단지에서도 즉시 입주 가능한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웠다. 송파구는 이달 둘째 주 기준 주간 전셋값 상승률 0.50%로 서울 자치구 중 2위를 기록했다.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판 한쪽에 '매매·전세·월세 구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중개업소가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매물 접수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최서윤 기자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판 한쪽에 '매매·전세·월세 구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중개업소가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매물 접수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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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일대 중개업소는 전세 매물 품귀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잠실동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전세 계약을 하나도 체결하지 못했다"며 "세입자들이 기존 전세를 갱신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신규 공급이 끊겼다"고 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12억에서 13억원이던 전세가 지금은 15억원을 호가한다"며 "어쩌다 16억원짜리 매물이 하나 나오면 수요자들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 등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매물 출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5월 1~19일 서울 내 갱신 계약 비중은 55.6%를 기록했다. 1년 전 신규 계약(53.2%)이 갱신 계약(46.8%)보다 많았던 수치가 뒤집혔다. 잠실동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예전 같으면 전·월세 물건이 막 쌓이는 시기인데 갱신권을 써버리니 매물이 안 나온다"며 "대출 한도가 줄면서 매수로 갈아타려던 세입자들이 다시 전세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보증금 오름폭도 크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보증금은 1년 새 5억9102만원에서 6억1702만원으로 4.4% 올랐다. 송파구 평균 전세금은 7억1054만원에서 8억1380만원으로 14.5% 뛰었다. 리센츠 전용 84㎡ 20층 신규 계약 보증금은 지난달 14일 13억5000만원에서 지난 15일 15억8000만원으로 한 달 새 2억3000만원 올랐다.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단지. 총 5563가구 규모인 이 단지의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85건에 그쳤다. 전체 가구 수의 1.5% 수준이다. 최서윤 기자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단지. 총 5563가구 규모인 이 단지의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85건에 그쳤다. 전체 가구 수의 1.5% 수준이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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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중가격 현상도 뚜렷하다. 리센츠 전용 84㎡ 18층은 지난 13일 15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한 달 전인 4월3일 동일 층수 갱신 계약 보증금(10억8100만원)과 비교하면 4억원이 넘는 차이다. 트리지움 전용 59㎡ 4층은 1월 5억2500만원에 갱신됐으나, 3월 동일 층수 신규 계약은 7억원에 체결됐다.


올해 전셋값 누적 상승률(4.73%)과 이달 둘째 주(0.51%) 최신 기준 모두 서울 자치구 1위인 성북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길음뉴타운4단지 e편한세상 전용 84㎡ 4층은 지난 3월 6억원에 갱신됐으나 4월 신규 계약은 8억원을 기록했다.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5층)는 지난 3월 9억원에 갱신 거래가 이뤄졌고, 지난 2월엔 전용 59㎡(4층)이 7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르포]전세 매물 보러 갔다 '전세구함' 보고 왔다…잠실·성북 전셋값 한달새 2억 '점프'[부동산AtoZ] 원본보기 아이콘

성북동 일대 전세난은 아파트를 넘어 빌라 시장으로까지 전이되는 양상이다. 길음동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없고 가격도 8억원대까지 치솟자 빌라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있다"며 "빌라 전세마저 씨가 말랐다"고 했다.


인근 또 다른 중개업자는 "길음뉴타운5단지 래미안의 경우 전체를 통틀어 30평대에서 매물이 딱 하나 나왔는데, 8억5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한 푼도 깎이지 않고 3주 만에 나갔다"며 "수입은 그대로인데 전셋값만 수억원씩 오르니 세입자들 시름이 깊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 1605가구 규모인 길음뉴타운4단지 전세 매물은 0건이고, 1634가구인 길음뉴타운2단지는 3건에 불과하다.


일부는 매수로 돌아서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높은 주거비를 감수하며 반전세로 밀려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은 아예 없고, 간혹 나오더라도 선순위 융자가 낀 물건이 대부분"이라며 "집주인들이 목돈 융통과 이자 충당을 위해 보증금을 낮추고 다달이 돈을 받는 반전세 형태만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했다.


19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2차 아파트 단지. 길음뉴타운 일대 전세 수요가 늘면서 일부 단지에선 신규 전세 가격이 신고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최서윤 기자

19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2차 아파트 단지. 길음뉴타운 일대 전세 수요가 늘면서 일부 단지에선 신규 전세 가격이 신고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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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2022년 최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전세 수요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매물은 부족해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지역 전셋값은 2022년 1월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 3월 기준 97.3으로, 수치상 여전히 고점 대비 2.7%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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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셋값이 고점 아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상승을 받아들일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라며 "특히 중랑·구리·동탄처럼 전세가율이 이미 60%를 넘는 지역에선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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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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