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도 챙기며 6년간 가격담합"…밀가루 7사에 역대 최대 6710억 담합 과징금 폭탄
국내 밀가루 시장을 장악하고 6년간 은밀하게 가격을 올리며 서민 먹거리 물가를 왜곡해 온 제분 대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관련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주식회사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주식회사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라면·과자·국수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B2B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 및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조치를 완료했다.
사조·대한·CJ '빅3' 주도 6년간 55회 밀회
정부 보조금 타먹으면서도 가격 담합 저질러
'가격 강제 재결정 명령' 전격 발동
국내 밀가루 시장을 장악하고 6년간 은밀하게 가격을 올리며 서민 먹거리 물가를 왜곡해 온 제분 대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관련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초대형 과징금과 함께 담합으로 부풀려진 가격을 강제로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행위 처분을 최종 확정하고 법인과 임직원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민생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으로 지원한 보조금까지 챙기면서 뒤로는 담합을 지속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주식회사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주식회사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라면·과자·국수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B2B(기업 간 거래)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 및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이미 고발조치를 완료했다.
이번 조치는 국내 카르텔(부당한 공동행위) 제재 역사상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이다.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사건(6689억원)을 16년 만에 갈아치웠다. 다만 비카르텔 사건까지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2017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로 1조 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 특허 갑질' 사건이 역대 1위다. 2006년 같은 혐의로 이미 무더기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제분업계가 또다시 똑같은 수법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털다가 적발됐기에 공정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했다는 입장이다.
'Big 3' 주도로 전 제품 싹쓸이 담합… 6년간 55차례 밀회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7개사의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무려 87.7%에 달했다. 이들은 라면·과자·빵 등 대형 수요처(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와 중소 대리점에 판매하는 밀가루 공급가격을 총 24차례에 걸쳐 짜고 올렸으며, 카르텔 이후 상하위 제분사 모두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총 5조6900억원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위반행위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 부과기준율 15%를 적용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담 적극성이 떨어졌던 사업자들에는 부과기준율을 10%로 차등 적용했다.
이들의 담합은 2019년 시장 경쟁이 격화되자 사조·대한·CJ 등 상위 3사와 삼양사 임원들이 식당에 모여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자"라고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하위 제분사들까지 가담하면서 담합의 범위는 밀가루 전 제품으로 확대됐다. 공정위 조사를 피하기 위해 가격 인상 시기를 업체별로 며칠씩 늦추는 치밀함을 보였으며, 6년간 총 55회에 걸쳐 대표자 및 실무자 모임을 갖고 짬짜미를 구체화했다.
이들의 범행은 국제 원맥 시세 변동에 맞춰 철저하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20~2022년 수입 원맥 시세가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즉시 반영해 가장 비중이 큰 중력분 평균 가격을 담합 시작 당시 대비 최대 74%까지 폭등시켰다. 반면 2023년 이후 원맥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자 라면업계 등의 인하 요구를 무력화하기 위해 "최소 폭만 인하하고 기존 거래분에 대한 소급 적용은 거부하자"라고 모의했다.
특히 이들은 2022년 하반기 정부가 밀가루 가격 동결을 조건으로 지급한 471억원의 물가안정 보조금을 수령하면서도 담합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내부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보조금을 안정적으로 타내기 위해 정부 지원 적용 시점에 맞춰 가격 인상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등 국가 재정을 가로채면서 뒤로는 서민 물가를 옥죄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보조금의 환수 및 몰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 '가격 강제 재결정' 초강수…3개월 내 인하 가격 보고 의무
공정위는 이들 7개 사가 지난 2006년에도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업체별로는 사조동아원 1830억원, 대한제분 1792억원, CJ제일제당 1317억원 등 과점 대기업들에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이 배정됐다. 이어 삼양사 947억원, 대선제분 384억원, 한탑 242억원, 삼화제분 194억원 순이다. 조사 및 심의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자진 신고한 일부 업체는 협조 수준에 따라 최대 20%의 과징금을 감경받았다.
특히 이번 제재에서 담합으로 왜곡된 시장 가격을 되돌리는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이에 따라 제분사들은 의결서 수령 후 3개월 이내에 담합 이전의 경쟁 질서 수준으로 가격을 재책정해 공정위에 보고해야 하며, 향후 3년간 가격 변경 내역을 연 2회 제출해야 한다. 이 제도는 2006년 제분 담합 이후 실효성 논란 등으로 20년간 발동된 적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최근 제지업체 가격 담합사건에서 부활한 제도다. 공정위가 이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시장 공급가를 강제로 끌어내려 가계 부담을 즉각 완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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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밀가루와 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 등을 놓고 이뤄지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며 "독과점 사업자의 중대한 불공정행위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태롭게 하는 만큼, 공정성장의 기조가 시장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공정위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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