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콩고·우간다 확산
"코로나처럼 퍼지진 않지만 더 치명적"…의료진 감염·진단 공백도 비상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그런데 이미 국경을 넘었다.


2026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터미널에 여행객들이 도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당국이 에볼라 발병의 영향을 받은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2026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국제선 도착 터미널에 여행객들이 도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당국이 에볼라 발병의 영향을 받은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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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우간다에서 확산 중인 '분디부교(Bundibugyo) 변종 에볼라'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는 WHO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 보건 경보다. 각국의 감시·검역·진단 체계 강화와 국제 공조 대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코로나19 같은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 선언'과는 개념이 다르다.


WHO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콩고 이투리(Ituri)주에서는 최소 8건의 실험실 확진 사례와 246건의 의심 사례, 80건 이상의 사망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여기에 콩고에서 이동한 감염자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도 확인되면서 이미 국경 간 확산도 시작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유행이 기존 백신이 적용되는 자이르형(Zaire) 에볼라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드물고 연구가 부족한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BDBV)'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9년 우간다 서부의 한 난민 정착촌에 설치된 국제구조위원회(IRC) 진료소에서 한 민주콩고(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여성이 에볼라 증상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2019년 우간다 서부의 한 난민 정착촌에 설치된 국제구조위원회(IRC) 진료소에서 한 민주콩고(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여성이 에볼라 증상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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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감염병 대응 역량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번처럼 백신과 치료제가 사실상 없는 희귀 변이 앞에서는 여전히 국제 보건 체계의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를 심상치 않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치명률 때문만이 아니다. 이미 상당 기간 감염이 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과 국경 간 이동, 의료진 감염, 취약한 현지 의료 체계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처럼 퍼지진 않는다"…그런데 왜 위험할까


에볼라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중으로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는 아니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 오염된 물질과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도 지나친 공포는 경계하고 있다. 분자바이러스 학자인 비노드 발라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모나시대학교 교수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K)에 "에볼라는 코로나19나 독감처럼 퍼지지 않는다"며 "조기 대응과 격리, 접촉자 추적이 이뤄지면 충분히 통제 가능한 감염병"이라고 설명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위키피디아 제공

에볼라 바이러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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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WHO가 최고 수준의 국제 보건 경보를 발령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전파' 때문이다.


엠마 톰슨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바이러스연구센터 교수는 "초기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례들이 있었다"며 "발병이 한동안 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WHO는 최초 의심 환자 발생 이후 실험실 확인까지 약 4주가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광산 노동자 이동과 국경 간 교통망을 따라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문가들은 의료진 감염을 심각한 위험 신호로 본다. 현재까지 최소 4명의 의료진 사망 사례가 보고됐는데, 이는 병원 내부 감염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톰슨 교수는 "의료진 감염은 병원 내부 전파와 감염 통제 실패를 의미한다"며 "보건 시스템 자체가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지금 더 무서운 건 바이러스보다 붕괴된 시스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위험 요소로 '취약한 현지 상황'을 꼽는다.


현재 발병 중심지인 동부 콩고 지역은 무장 분쟁과 정치 불안,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동시에 겹쳐 있는 곳이다. 도로망과 진단 체계가 부족해 감염자 추적 자체가 쉽지 않다.


열대의학 전문가인 토르스텐 펠트 독일 뒤셀도르프대학병원 박사는 "에볼라 초기 증상은 말라리아나 일반 열성 질환과 비슷해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며 "이미 확인되지 않은 접촉자가 대규모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현재 콩고와 주변국들은 엠폭스(mpox) 대응까지 동시에 진행 중이다. WHO와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가 대응에 나섰지만, 현장 의료 시스템 부담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백신 공백이다. 현재 승인된 에볼라 백신인 '에르베보(Ervebo)'는 2014~2016년 서아프리카 대유행을 일으킨 자이르형 에볼라를 겨냥해 개발됐다. 하지만 이번 분디부교 변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MSD(미국 머크)의 에볼라 백신 '에르베보'. 아시아경제DB

MSD(미국 머크)의 에볼라 백신 '에르베보'.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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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통계학자인 에이드리언 에스터먼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교수는 "분디부교 변이용 백신 연구는 아직 전임상 단계"라며 "범(汎) 에볼라 백신 개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사용 가능한 후보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 확산이 아니라, 조기 진단과 투명한 위험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 펠로우 교수는 "고위험 감염병에서는 불확실성을 숨기기보다 현재 무엇이 알려졌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중이 공포가 아니라 이해를 기반으로 대응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이번 사태가 아직 '팬데믹 비상사태'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볼라는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와 달리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또 다른 경고라고 말한다. 잘 알려진 바이러스에만 대비한 백신과 치료제 체계로는 새로운 변이와 희귀 감염병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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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웰컴재단의 전염병학 연구책임자 나츠코 이마이 박사는 "세계적 위험도는 아직 낮지만 상황은 분명 우려스럽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제 공조와 조기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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