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을 위장취업 기지로 이용
미국 기업 침투 지원하다 실형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하려는 북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을 돕고 불법 자금줄 역할을 한 미국인들에게 연달아 실형이 선고됐다. 미 법조계에서는 기업들의 고용 스크리닝(인사검증) 및 대북 제재 준수(Compliance) 의무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네시·플로리다, 잇단 제재
테네시 중부지법의 엘리 리처드슨 판사는 지난 5월 1일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을 도운 미국인 매튜 아이작 누트에게 징역 18개월과 보호관찰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누트에게 피해 기업들에 배상금 1만5,100달러를 지불하도록 명령했다. 조력대가로 받은 범죄 수익금 1만5,100달러는 몰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누트는 2022년 7월부터 약 1년간 자택에서 '노트북 팜'을 운영했다. 피해 기업들은 '앤드류 M(Andrew M.)'을 수신인으로 하여 누트의 자택으로 노트북을 배송했고, 노트북을 받은 누트는 인가받지 않은 원격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중국 등지에 체류하는 북한 IT 노동자들은 앤드류 M의 이름으로 내슈빌에 있는 누트의 자택에서 재택근무하는 것처럼 위장해 기업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었다.
누트는 또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어 5월 6일, 플로리다 남부지법의 다린 P. 게일스 판사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에릭 은테케레제 프린스에게 징역 18개월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하고, 조력 대가로 받은 8만9,000달러를 몰수했다.
프린스는 자신의 회사인 '태그카 인크(Taggcar Inc.)'를 동원해 북한 인력 3명을 검증된 인력인 것처럼 속여 미국 기업들에 공급했다. 그는 해당 인력들이 도용된 신분을 사용하며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지속했다. 프린스 역시 누트와 마찬가지로 자택에 미승인 원격 접속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북한 인력들이 위장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2025년 1월, 프린스와 미국 국적의 에마뉘엘 애쉬터, 멕시코 국적의 페드로 에르네스토 알론소 데 로스 레예스, 북한 국적의 진성일·박진송 씨 등은 64개 이상의 미국 기업을 상대로 사기 취업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미 법무부는 피해 기업들이 이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94만 달러 이상을 지급했으며, 이 자금의 대부분이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사 결과, 북한 IT 인력들은 도용된 신분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화상 면접을 통과하고, 맞춤형 이력서로 코딩 테스트까지 합격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신분이 노출돼 해고되면 AI로 새로운 가상 인격을 만들어 즉시 시장에 재진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엄격 책임' 기반의 리스크 관리 권고
사건이 확산되자 윌슨 손시니(Wilson Sonsini), 크로웰&모링(Crowell & Moring), 알스톤&버드(Alston & Bird) 등 미국 대형 로펌들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공지를 올렸다.
이들 로펌은 특히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규정이 '엄격 책임(Strict Liability)' 원칙을 따른다는 점을 경고했다. 기업이 위장 취업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여 노동법에 따라 미지급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려할 경우, 그 송금 행위 자체가 대북 제재법 위반이 되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윌슨 손시니는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Regardless of intent)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며 "일단 북한 인력임이 확인된 이후에는 어떠한 명목의 송금도 제재법 위반 요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업이 '(북한인인 줄) 몰랐다'고 항변해도 면책받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로펌들은 기업들에게 보안 및 고용 프로토콜을 재정비하도록 권고했다. 주요 권고안은 △화상 면접 시 사전 준비가 어려운 비정형 질문(현지 지형, 날씨 등) 실시 △신규 채용 시 I-9 서류 및 E-Verify를 통한 철저한 신원 확인 △가상자산 형태의 급여 지급 금지 △기업용 기기 배송지 주소의 실재성 교차 검증 △신분증 위·변조 여부 정밀 검사 등이다.
한 기업 보안 전문 변호사는 "AI를 활용해 위장 취업하는 사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AI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인 만큼, 기업 비밀과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보안 프로토콜을 사전에 철저히 수립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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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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