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사업으로 전환되며 지자체 재량으로
지역 내 우선순위 밀릴 경우 축소·폐지 위기

디지털 소외계층의 보루 역할을 해온 '디지털배움터' 사업의 예산 안전장치가 내년부터 사라질 전망이다. 재정 당국이 '지방 재정의 자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예산 의무 편성 규정(별도 한도)을 없애기로 해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사업 축소·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처, 디지털배움터 '별도한도' 제외 방침…예산보장 사라져

대구 군위군 오일장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체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대구 군위군 오일장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체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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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기획예산처가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2027년도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예산안 편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기획처는 '시·도 자율성 제고'를 이유로 디지털배움터 사업을 '별도 한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출 규모를 일정 부분 보장해온 별도한도 사업은 기존 6개에서 5개로 줄어들게 된다.


균특회계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포괄보조금 형태로 예산을 배분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게 사업을 자율적으로 설계·집행하도록 한 제도다. '별도 한도'는 지자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 포괄보조 한도와 별도로, 중앙부처가 특정 사업에 대해 일정 수준의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주는 장치다. 지방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의 최소 재원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예산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디지털배움터는 시·도별 전체 포괄보조 한도 안에서 다른 사업들과 예산 우선순위를 경쟁해야 하는 완전 자율사업으로 전환된다.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축소되거나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교육 사업은 도로나 사회간접자본(SOC)사업처럼 단기간에 성과가 수치로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일수록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북·전북·강원·전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예산이 대폭 줄거나 아예 편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 "유지 요청했으나 미반영"…기획처 "언젠가는 풀어야 했을 숙제"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하는 AI디지털배움터.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하는 AI디지털배움터.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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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획처에 별도 한도 유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문해력 향상 효과가 컸던 사업인 만큼 별도한도 유지를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사업을 제외할 가능성도 있어 민간 협력 모델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배움터는 도서관·우체국·행정복지센터 등에 구축된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다. 키오스크 사용법부터 스마트폰 활용, AI 기술 이해까지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0년 사업 도입 이후 5년간 누적 교육 인원은 433만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수강생의 71.7%가 60대 이상으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대표적인 교육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 예산은 올해 기준 381억원 규모로 국비 80%, 지방비 20% 매칭 방식으로 운영된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거점센터를 기존 37곳에서 올해 69곳으로 확대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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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 관계자는 "별도 한도는 자율계정 도입 초기 사업 정착을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언젠가는 해제해야 할 사안이었고, 그 시점이 조금 앞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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