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OW]재개발 속도전 1호 공약, 현장 모르면 '1호 실패'다
현장 모르고 외치는 속도전은 무의미
1호 결재 'TF 신설'에서 멈춰서는 안돼
6·3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후보 공약에 공통점이 도드라진다. 서울시장·구청장을 가리지 않고, 진영을 가리지 않고, 1호 공약 자리에는 같은 카드가 놓인다.
"당선되는 즉시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전담조직을 만들겠다." 지체제로 TF, 행정지원 조직, 사업촉진 TFT 등 간판만 다를 뿐이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주민 갈등을 풀어 서울의 주택난을 잡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맞다. 재산권과 전·월세 문제가 한 덩어리로 얽힌 주택 문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이다. 다만 후보들이 더 치열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대목이 있다.
먼저 '자치구의 관리·감독'이다. 행정이 사업의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교차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출발한 소규모 재개발, 추진위원회 단계를 건너뛰는 모아타운 현장에는 복잡한 사업 구조를 깊이 살피기 어려운 고령의 조합장, 조합 임원이 많다. 업자들이 뒤에서 개입하고, 핵심 계약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줄줄이 체결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현장은 손쓸 도리가 없다. 담당 공무원도 모를 리 없지만 '사인 간의 계약 문제'로 치부된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가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갈등이 폭발한 뒤에야 전문가를 보내는 구조가 문제다. 병이 깊어진 뒤에 약을 짓는 격이다. 중요한 계약이 다 체결된 뒤에 가면 무슨 소용인가. 진짜 전문가는 그 전에 가야 한다. 계약서 사전 검토는 정비사업의 건강검진이다. 사업이 순항하면 사업성이 개선되고 속도가 빨라진다.
구청장이 현장 행정을 강화한다고 해도 한계는 분명하다. 조합 집행부와 업자가 한 묶음이 된 현장에서 구청장이 만나는 이는 정해져 있다. 행정의 귀가 한쪽으로만 열려 있다면 현장 간담회는 지자체장이 '쇼'에 들러리 서고 사진만 찍다 오는 의례에 그친다.
'인허가 절차의 온라인화'도 미룰 일이 아니다.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디지털 창구로 옮겨놓으면, 담당 공무원이 바뀐다고 사업이 멈추는 일이 줄어든다. 업자와 공무원이 엮일 여지도 좁아진다. 고령 조합원의 불편이 걱정이라면 오프라인 창구를 함께 두면 될 일이다. 시작할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한다.
가장 무겁게 짚어야 할 대목은 '지분 쪼개기'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띄워놓은 재개발 붐을 타고 지금 현장에서는 지분 쪼개기가 횡행하고 있다. '닭장 빌라' '쪽방 근린상가'가 땅도 파기 전에 분양된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설명회, 민간도심 복합개발 주민설명회 등 각종 재개발 설명회가 '미완공 분양 행사장'으로 변질되는 광경이 매 주말 수도 없이 펼쳐진다. 남는 것은 업자의 분양 차익과 그 자리를 메우는 투기 수요다.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땅에는 정리해야 할 권리관계만 켜켜이 쌓인다. 사업성은 떨어지고, 속도는 도리어 더뎌진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도 전에 주택이 공급된 양 홍보전에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 문제에는 "현행법상 막을 길이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해 왔다. 무책임한 행정이다. 당선되는 후보들은 작명과 정책 패키지로 포장하기 전에 현장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법이 미비하면 조례로, 조례가 빈약하면 가이드라인으로, 그마저 어려우면 현장 점검과 행정지도로라도 메워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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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의 속도전은 행정의 의지와 정확한 현장 진단이 결합해야 가능하다. 현장을 모르고 외치는 권한이양과 속도전은 문제만 양산한다. 누가 시장이 되든, 누가 구청장이 되든, 1호 결재가 'TF 신설'에서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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