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300개 상장기업 대상 조사
76.7%가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동시 확대 우려
"경영권 위협 가능성…1차 개정 보완부터"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어 국무회의까지 통과된 이후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도 논의를 거쳐 추가될 가능성이 커지자, 상장기업 대다수가 이를 깊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77% "2차 상법 개정시 기업 성장에 직격탄 우려"
AD
원본보기 아이콘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상법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을 조사한 결과, 상장기업 76.7%가 "2차 상법 개정안이 자산 2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24일 밝혔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23.3%였다.

앞서 상법은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아 개정됐지만 정부와 여당은 주주의 권한, 이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2차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정관으로 집중투표 배제 불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1명→2명) 등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 미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상법개정 1주일 만인 지난 11일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상장기업들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에 개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상장기업 74%는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26%였다. 세부적으론, 상장사 38.6%가 '경영권 위협 우려는 낮지만, 가능성 자체는 존재한다'고 했고 28.7%는 '주주 구성상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기업도 6.7% 있었다.


또 상장기업 39.8%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현재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를 주도해 이사회 견제가 심화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응답했고 '감사위원 후보 확보 및 검증 부담 증가(37.9%)' '감사위원이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 내 의사결정 방해·지연(16.5%)' '경쟁기업 추천 감사위원의 기업기밀 유출 가능성 확대(5.8%)' 등도 우려했다.


2차 상법개정 논의 이전에 1차 개정의 보완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가장 시급한 보완책으로 상장사 38.7%는 '정부의 법 해석 가이드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고 27.0%는 '배임죄 개선·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외에 '하위법령 정비'를 강조한 기업이 18.3% 있었다.


현행 배임죄에 대한 우려도 보였다. 상장기업 44.3%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모호한 구성요건'을 꼽았다.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손해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거나 인수합병(M&A) 등 모험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임의 목적 없이 리스크를 감수한 경우까지 배임죄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그다음으론 '지나친 가중처벌(20.7%)' '쉬운 고소·고발 절차(18.3%)' '40년 전 처벌기준(12.0%)' '경쟁기업 기밀입수 위한 수단으로 배임죄 고소 악용(4.7%)' 등이 꼽혔다.


우리 배임죄는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형법상 배임죄는 일반·업무상 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배임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특경법 배임죄는 주요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중처벌 규정이다. 처벌기준도 5억~50억원으로 적지 않는데, 이는 40년 전 제도 도입 당시(1984년)와 동일하다.

AD

대한상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주주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기존 판례로 인정되던 경영판단 원칙이 여전히 유효한지 등에 대해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향후 주주에 의한 고소·고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배임죄 개선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