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초이갤러리, '열어 둔 베일'展
김수진·정서현·정영서 3인 작가
풍요와 공허, 소속감과 고립과의 역설 조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미지가 무차별적으로 소비되고, 동시에 그런 이미지의 무한한 확장이 이뤄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3명의 90년대생 여성 작가의 전시 'Veil Undrawn 열어 둔 베일'이 비비안초이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공허함, SNS로 연결된 소속감과 고립감 등 동시대적 심리적 양가성을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김수진, 정서현, 정영서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 이면에 투영되는 미묘한 동시대적 감성을 독자적 시선과 독창적 표현 기법으로 포착한다. 이미지의 표현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작품 속 장소와 인물의 실존 여부는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관람자 고유의 해석과 그 이면의 이야기들이 새로운 맥락으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된 연출이다.
김수진 작가는 구독서비스나 인터넷 서핑 등을 통해 접한 패션 브랜드의 이미지나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이미지를 재생산했다. 다양한 브랜드가 구현한 비현실적 사진과 작가의 개인적 서사가 담긴 일상 사진을 수집하면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구석이나, 도드라지지 않은 회화적 감각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이미지의 소비와 대체가 반복되는 사회 구조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과정을 조명한다.
김수진 작가의 작업 특징은 인물의 얼굴이 작업에서 배제됐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뭔가를 특정하는 강압성에 부담감을 느끼는 작가는 얼굴이 아닌 신체의 한 부분, 감정이 가장 덜 드러나는 다리와 발, 표정 없는 조각상과 동물 이미지를 작업 소재로 삼았다. 얼굴을 생략하거나 신체 일부를 비현실적으로 재단하고 재조합해 내면의 역설을 표현한다. 작품 속 신체나 조각상, 동물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편함과 따듯함에 관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투영돼 있기도 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정서현 작가는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세계와 그 속에서 이뤄지는 정착과 도피, 선택과 방황,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에 답한다. 독일로 이주하면서 경험한 생경한 언어와 사회 구조 속에서 느끼는 이질감, 모호한 경계를 자신만의 회화로 시각화했다. 이해받고 싶지만 끝내 이해받을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얼굴 표정이 배제된 작품을 통해 구체화한다.
정서현 작가의 작품은 테두리같이 이미지들을 서로 나누는 경계선과 그 경계의 점점으로 형성된 작은 조각들이 화면에 떠다니는데 이는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의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에게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의식 흐름 속에 떠 있는 조각과 같다. 이는 때때로 겹치고 밀려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정영서 작가의 작업은 광고 이미지처럼 일상에서 익숙하게 마주치는 사물들로부터 출발한다. 그것들을 회화의 언어로 재구성해 단순한 복제나 재현을 넘어 그 이면에 숨은 정서적 울림을 끌어낸다. 과도하게 확대된 프레임과 잘린 구도, 비정상적 위치나 여백은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기 위한 장치다.
전시는 7월1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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