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 출연
'펜타곤' 진호·'오마이걸' 효정

"뮤지컬 ‘천 개의 파랑’에서 엄마 ‘보경’은 두 딸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저도 저희 엄마가 (보경처럼) 강철 같은 분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엉엉 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두 딸을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효정(오마이걸)은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에 출연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했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천 개의 파랑의 두 주연 배우 효정과 진호(펜타곤)를 만났다.

천 개의 파랑에서 효정이 맡은 역할은 17세 여고생 ‘연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마 보경, 언니 ‘은혜’와 함께 산다.


"공교롭게도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 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극 중 연재처럼 가족끼리 말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답답함이 있죠. 그래서 연재가 느끼는 감정이 제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왔어요. 천 개의 파랑을 하면서 엄마와 언니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에 연재 역으로 출연 중인 효정.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에 연재 역으로 출연 중인 효정.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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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에 선정됐으며, 이듬해 출간됐다.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에는 국립극단과 서울예술단이 연이어 공연을 올려 주목받았다. 국립극단이 4월에 연극으로, 서울예술단이 5월에 창작가무극으로 선보인 것이다. 과학문학상을 받은 SF소설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극 중 연재는 로봇, 은혜는 동물에 관심이 많다. 언니 은혜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탄다. 은혜는 집 근처 경마장의 말 ‘투데이’가 혹사로 인해 연골이 망가져 안락사 위기에 처하자 안타까워한다. 천 개의 파랑은 휴머노이드가 일상화된 2035년을 배경으로 한다. 투데이의 기수는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 C-27이다. C-27은 달리기가 힘든 투데이를 위해 스스로 낙마해 자신을 희생한다. 연재는 폐기될 위기에 처한 C-27을 집으로 데려와 ‘콜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직접 수리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은혜, 연재, 콜리는 안락사 위기의 투데이를 구하기 위해 작전을 꾸민다. 연재네 가족이 된 콜리는 세 모녀가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외로움과 답답함을 들어주며 가족 간 갈등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콜리 역을 맡은 진호는 천 개의 파랑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콜리는 악의 없는 질문들로 등장인물들의 어려움을 우연히 해소해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를 연기하면서 일상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어요."


진호는 원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실없는 농담 한두 마디가 주는 행복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작가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주변의 작은 행복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 좋겠어요. 미래의 얘기지만 굉장히 아날로그한 감성적인 면도 많은 무척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에 콜리 역으로 출연하는 진호.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 '천 개의 파랑'에 콜리 역으로 출연하는 진호.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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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정은 지난해 천 개의 파랑 초연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진호는 2017년 ‘올슉업’으로 뮤지컬에 데뷔했지만, 가수 활동에 집중하느라 뮤지컬 출연 기회가 많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뮤지컬 무대에서 더 많은 자유를 느낀다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효정은 "아이돌 무대의 팬들은 무대 자체뿐 아니라 패션, 메이크업, 안무 등 외향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많고 그렇다 보니 그런 부분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뮤지컬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무대 자체에 집중하고, 저도 (걸그룹으로 활동할 때의 화려한 모습보다) 무척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굉장한 자유로움을 느껴요. 뮤지컬 공연에서 어떻게 표현을 하더라도 극 중 연재의 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에 걸그룹 활동을 하면서 느끼지 못한 자유로움을 많이 느낍니다"라고 했다.


진호도 효정이 느낀 자유로움이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했다.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정해진 안무와 정해진 노래 그리고 정해진 파트만 해야 하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내가 가진 감정을 100% 다 쏟아내고 확 털어낼 수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연기를 하고 나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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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은 지난 2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했다. 오는 3월7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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