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기사당 특표율 1위에도
의회 과반수 의석 확보하려면
'연립정부 구성' 큰 과제 남아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국민들은 수십 년 만에 역대급 관심을 끈 연방의회 총선 투표장으로 향했다. 예비 결과는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측과 일치했다.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이 승리를 거뒀으며, 반(反)이민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독일 유권자들의 우려도 현실화했다. 이번 선거로 CDU·CSU의 안정적인 연정 구성은 더 어려워지고 유권자들이 원했던 정책 변화도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독일 정치와 경제의 앞날도 불확실성 속에 놓였다.
이번 선거에는 6000만명의 독일 유권자 중 84%가 참여했다. 1990년 이후 최고 투표율이다. 대다수 유권자는 변화를 원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선거 직전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이는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으로 구성된 3당 좌파 연정이 보여준 지난 3년간의 성과에 대한 평가다.
결과적으로 기존 집권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했다. SPD는 16%의 득표율로 19세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연정 동맹인 녹색당은 2021년 선거보다 소폭 하락한 12% 지지율을 기록했고, 자유주의 정당인 FDP는 의회 입성에 필요한 최소 기준인 5%를 간신히 넘겼다. 합산해보면 3년간 독일을 이끈 정당들에 투표한 유권자가 전체 3분의 1에 그친 셈이다.
야당에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CDU·CSU의 지지율도 예상보다는 저조했다. 예비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연합은 30%에 약간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안정적인 승리를 의미했으며 보수당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기준인 과반수에는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라는 함의도 있다.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정치적으로 양극단에 위치한 정당들이다. 우파 정당인 AfD는 2021년 선거 때보다 지지율을 거의 두 배로 늘리며 약 20% 득표율을 기록했다. 좌파 정당인 디 링케도 지지율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려 9%에 도달했다.
이런 정치적 구도는 CDU·CSU 연합이 총선에서 얻은 승리를 다수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 전환으로 이어가기 어렵게 만든다. 이들 보수 연합은 극우 성향의 AfD와의 협력을 배제하며 ‘방화벽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방화벽 정책은 중도 정당들이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 전략이다. 보수당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낮은 SPD와 연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들과 함께하더라도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연정 구성의 방향은 소수 정당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의 독일 연방의회 진입 여부가 주요한 변수다. 예비 결과에 따르면 자유민주당(FDP)과 좌파 성향이자 친(親)러시아 성향의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이 의회에 입성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인 ‘지지율 5%’에 근접했다. 이들이 5%를 넘기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차지하지만, 의회 입성에 실패 시 해당 의석은 다른 정당들이 나눠 갖는다. 따라서 CDU·CSU와 SPD로 구성된 중도 연합이 근소한 차이로 과반수를 확보할지는 불과 몇천 표 차이로 결정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이었던 경제·이민 정책과 관련해 SPD가 보수당의 주요 정책들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년간 침체 국면이었던 독일 경제가 현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독일인이 이에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약 3분의 2가 불법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급진적인 변화를 원한다’고 답했다.
최근 몇 달간 독일에선 난민으로 입국한 남성들이 치명적인 난동을 벌이는 일련의 사태들도 벌어졌다. 이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총리가 되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망명 신청이 거부된 사람들을 더 많이 추방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규제 완화와 재산업화를 지지했다. 재산업화는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는 지난 3년간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온 SPD와 녹색당이 용납하기 어려운 정책 기조다.
AfD의 공동 대표인 알리스 바이델은 당의 기록적인 결과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DU·CSU가 좌파 정당과의 협력을 선택할 경우 중도우파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어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바이델은 늘어난 의석수를 이용해 향후 몇 년간 이 문제를 꾸준히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연정 동맹이 필요해질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녹색당은 전통적으로 친이민 정책을 지지해 왔으며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일부 지지층을 좌파 정당인 디 링케에게 빼앗겼다. SPD는 지난해 경제 정책 문제로 FDP와의 연정이 결렬된 바 있다. 어떤 경우든 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는 협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집권 후에도 효과적인 통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유권자의 70%는 이번 선거로 안정적인 정부가 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CDU·CSU의 마틴 후버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근본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같은 당 토르스텐 프라이도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 CDU의 부대표이자 이번 선거 캠페인의 핵심 인사인 카르스텐 린네만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안정적인 정부가 없다면 양극단의 정당들이 세력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선거에서 극우와 극좌 정당이 의회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예비 선거 결과는 독일인 대다수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이제 시선은 소수 정당의 의회 진입 여부와 연정의 구성으로 향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독일인은 이번 선거를 "운명을 가르는 선거(Schicksalswahl)"라고 칭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독일 정치의 미래는 이제 칼날 끝에 놓였다.
카트야 호이어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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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Germany’s Messy Election Results Won’t Ease Voters’ Fear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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