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수사 협조 방침에 풍선 효과 우려
텔레그램이 범죄 수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내부 방침을 바꾸면서 '시그널'이 대안 보안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234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성범죄를 일삼은 '자경단'의 총책 김녹완(33) 검거에는 텔레그램의 협조가 유효했다. 텔레그램으로부터 신상정보를 받아 검거한 한국 내 첫 사건이다.
파벨,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2013년 만든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사용자를 검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밀 대화방을 사용하면 메시지를 주고받는 당사자 외엔 암호화된 메시지를 풀 수 없는 등 보안 기능이 강력해 고위 공직자들이 업무용 메신저로 주요 사용하곤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텔레그램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강력한 보안 기능 때문에 텔레그램이 성범죄, 마약 거래, 허위·조작 정보 확산 등 범죄 통로로 악용돼왔다는 것이다. 사회 공분을 자아낸 사이버 성범죄 'n번방 사건' 등의 범행 장소 역시 텔레그램이었다. 더불어 텔레그램이 표현의 자유, 익명 보장 등을 내세워 각국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협조 요청도 거부하면서 더욱더 범죄자들이 모여들기 좋은 앱 사용 환경이 됐다.
최근 텔레그램은 수사 협조 불응 기조를 바꿨다.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수사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이후부터다. 그간 미국 등 몇몇 국가의 수사 협조에만 응해왔던 텔레그램은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범죄자들의 접속 IP와 전화번호 등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텔레그램이 수사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범죄자들이 경찰과 수사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다른 보안 메신저 앱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텔레그램 대안으로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보안 메신저 앱은 시그널이다.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등이 모두 암호화돼 포렌식으로도 통화와 문자 내용을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에 텔레그램보다 보안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12·3 계엄 전부터 시그널을 이용해 관련자들과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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