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K-자동차]② 美·中·日·EU "자국 산업 지킨다" 빗장거는데…한국車만 맨몸
미국 IRA, 유럽 IAA, 일본 전략분야 생산세제
산업계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시급" 목소리
계속 늘어나는 중국차 수출량…대응 방안 필요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한 글로벌 보호주의가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발 물량 공세가 거세지자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자국 생산과 연계한 혜택을 무기로 방어 빗장을 두껍게 걸어 잠갔다. 반면 한국은 이렇다 할 대응 카드가 없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19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710만대로 전년 대비 21.1% 증가했다. 2020년까지 연간 100만대 수준에 머물던 수출량은 2021년 두 배 가까이 뛴 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세를 견인하는 것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신에너지차다.
중국이 신에너지차를 핵심 수출 동력으로 삼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면서, 주요국도 자국 생산과 연계한 혜택을 앞세워 대응 수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가장 최근 합류한 곳은 EU다. EU는 지난 3월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을 발표했다. 자동차의 경우 역내 제조와 원산지 요건 등을 충족해야 공공조달과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앞서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북미 최종 조립 차량에 세액공제를 부여하고, 일본이 전략분야촉진세제로 자국 생산 기업에 혜택을 주는 데 이어 EU까지 본격 대응에 나선 셈이다.
일본의 전략분야촉진세제는 보다 구체적이다. 전기차(EV)와 저탄소 철강제품, 지속가능항공유 등 5대 전략분야 품목이 대상이다. 정부가 정한 신규투자 하한액을 충족한 기업이 판매하는 전기차에 대해 대당 40만엔(약 380만원)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도 함께 운용한다. 전략물자의 공급망을 사수하고 자국 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한 포석이다.
이처럼 주요국이 잇따라 방어막을 강화하는 사이, 한국에서도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조금 지급과 세액공제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도 설계를 둘러싼 이견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혜택 중복과 세수 부족 우려를 들어 정부가 대상 업종과 품목을 좁게 가져갈 가능성을 경계한다. 특히 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이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대기업이나 매출·영업이익 규모가 큰 기업은 수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작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플레이어가 지원망 밖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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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생산촉진세제는 특정 기업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반을 떠받치는 장치라는 점에서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가져갈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완성차의 생산·판매가 흔들리면 1·2차 협력사와 하청 부품업계까지 연쇄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산업 사슬 상단과 하단을 함께 떠받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출 경쟁력 회복이 국내 일자리와 생산 거점 유지로 이어진다는 점 역시 고려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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