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사후조정 노사 '재원 분배' 갈등
영업이익 재원 규모 좁혀지는 간극
성과급 배분 "7:3이냐, 6:4냐" 관건
법원 파업 가처분 신청 부분 인용 결정
전문가들 "통상 평일 기준…절반의 파업"

삼성전자 노사가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최후의 담판에 돌입했다. 성과급 재원 규모에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설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되지만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와 적자 사업부 간 배분 비율이라는 본질적 쟁점에서는 입장차가 여전히 커 오늘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파업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법원이 파업 기간 보안·안전 필수 인력 유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로서는 협상력이 한층 위축된 모양새다.


19일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2차 사후조정 회의에 들어간다. 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 첫날 회의에서 양측은 성과급 재원의 분배 방식을 두고 종일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역시 중노위가 예고한 오후 7시를 넘길 가능성이 크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21일 총파업은 그대로 강행될 수밖에 없어 분초를 다투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점을 이틀 앞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점을 이틀 앞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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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규모에서는 간극이 좁혀지는 기류다.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했지만, 내부에서 1차 사후조정 당시 중노위 중재안인 12% 수준으로 절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도 당초 9~10%를 염두에 뒀지만 과거 '10%+α'를 언급한 점과 정부 중재안이 12%였던 점을 고려하면 10~12% 구간에서 수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배분 비율 합의가 전제됐을 때의 얘기다.


정작 첨예한 갈등은 재원 규모보다 그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있다. 같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안에도 막대한 흑자를 내는 메모리 사업부와 적자에 허덕이는 시스템LSI·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공존한다. 재원을 부문 공통으로 묶을수록 적자 사업부도 비슷한 보상을 받고,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할수록 돈 번 곳이 더 가져가는 구조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삼아 70%를 전 사업부에 공통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과거 영업이익 50% 상한선 시절처럼 반도체 전 부문이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가져가는 구조를 되살려 적자 사업부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금액을 챙겨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사측은 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설 경우 추가로 영업이익의 9~10%를 재원으로 삼아 메모리 부문 전체에 60%, 메모리 사업부에 40%를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사측 관계자는 "실적을 낸 메모리 사업부에 충분히 보상하는 것은 주주들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적자 사업부에 거액을 주기 위해 주주 배당이나 미래 투자 재원을 깎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원이 10%를 넘어서더라도 메모리 쪽에 더 실리는 구조여야 수용 가능하다는 게 사측 기류로, 노조 요구안과는 사실상 정반대 방향이다.


50% 상한선 폐지와 산정 기준을 둘러싼 이견은 상대적으로 좁혀진 상태다. 영업이익(10%)·경제적부가가치(EVA·20%) 중 산정 기준은 노조가 고를 수 있도록 사측이 일찍 선택권을 열어뒀고, 50% 상한 역시 한시적 적용을 단서로 한 제도화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파업 타격력 절반으로 축소"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이틀째인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주변에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이틀째인 19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주변에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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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외부 환경은 사측에 우호적이다. 전날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신우정)는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상당 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상시 평일 또는 주말·휴일과 동일한 수준의 인력·가동 규모'를 유지하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법원이 명시한 필수 업무 인력은 약 7000명으로, 파업의 타격력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일과 주말 공정에 차이가 없는 만큼, 법원이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근무하라고 한 것은 날짜와 무관하게 공정을 끊김 없이 유지하라는 뜻"이라며 "주말이라고 해서 안전·보안 인력을 줄여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가처분으로 안전보호시설과 보안 작업이 통째로 묶이면서 파업 타격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실질적 참가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노조가 집회로 세를 과시하거나 조직력을 보여주는 데도 큰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평상시는 통상 평일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평일과 주말은 별개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파업 참가가 제한되면서 노조 동력이 묶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했다. 4만명 이상이 파업에 동참할 경우 반도체 공장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 우려까지 제기됐고,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자동화 라인 재가동을 포함해 한 달가량 생산 타격이 불가피해 직간접 손실만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법원 판단으로 최소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 차질과 복귀 비용은 줄일 수 있게 됐지만, 파업이 강행되면 생산 차질 자체는 막을 수 없어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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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배분 같은 단순 이익 차원을 넘어 회사의 미래를 고려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법원 판결도 중요하지만 노사 관계에서는 개별 이해를 넘어 대승적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남으려면 노조는 당장의 이익만을 보지 않고, 사측 역시 바람직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며 근로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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