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장관, 테크노마트서 유통 상인들 만나
이통사 "제조사도 기여해야" "AI에도 관심을"
"오랜 기간 동안 이동통신사에서 돈을 안 쓰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경쟁을 할까요?"(테크노마트 휴대폰 판매점 상인 A씨)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단말기유통법 정식 폐지를 약 6개월 앞두고 이동통신 시장을 살피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공포된 단통법 폐지법은 오는 7월 22일부터 시행된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단통법 폐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단통법 폐지가 통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유 장관의 질문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A씨는 "작년 9월 '전환지원금'이라는 게 생겨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특수한 단말기 몇개 기종에만 5~9만원 정도 지원됐고 실질적 혜택이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통신사들끼리 담합 아닌 담합을 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소비자에게 정책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면서 "통신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단통법이 없어지는 것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오랜 기간동안 통신사에서 돈을 안 쓰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경쟁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며 "요금제건, 전환지원금이건 담합처럼 똑같이 운영하던 상황에서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해서 판매자나 소비자에게 혜택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소비자에게 비싼 기본 요금제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며 "청년들은 시스템을 알고 있어서 저항이 없지만, 어른들은 깜짝 깜짝 놀란다. 단통법이 없어지면 그런 것에 대한 대응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장관은 "정부도 단통법 폐지가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신속히 정비하고, 제도 변화로 인한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 최소화, 유통업계의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 장관은 이통3사, 유통점 관계자들과 10여분간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통사들은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역할을 강조하며 삼성전자 등 제조사도 통신비 절감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철훈 LG유플러스 커뮤니테이션 센터장은 "LG유플러스에 오기 전에 LG전자에서 모바일을 담당했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단통법 이전의 시장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기여했던 부분이 이후에는 많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센터장은 "경쟁 상황을 기대한다면 제조사도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의 발언에 유 장관은 주변을 둘러 보며 "삼성전자나 애플에서 오신 분은 없죠?"라고 묻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일부 휴대폰 단말기 가격은 2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단말기를 보통 2, 3년씩 교체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통신료 인하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도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거나 지원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기윤 SK텔레콤 CR부문장은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보니 10년, 20년 후에는 무엇을 먹고 살지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며 "꾸준한 수익과 혁신, 새로운 고용 창출도 중요한 미션"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통신 시장은 경쟁 촉진과 이용자 차별 금지 사이에서 균형점이 잘 찾을 수 있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AI와 AI 인프라 개발을 위한 통신사의 역할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유 장관은 "중고폰과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고 풀MVNO를 통해 통신료는 낮추되 서비스 질은 높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면서 "대기업들은 AI 시대에 국내 시장만 보지 말고 AI를 탑재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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