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안소희·공승연·장영남·이엘 등 출연
2월8일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개막
장진 감독은 2023년 2월19일 연극 '서툰 사람들'을 공연한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무대에 섰다. 연출가로서 공연 마지막 날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장 감독은 인사말을 하던 중 정부의 지원이 필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으레 '어차피 부족한 정부 지원, 안 받고 말겠다'는 볼멘소리려니 싶었다.
하지만 15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연극 '꽃의 비밀' 기자간담회에서 장 감독은 전혀 다른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동료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양보하겠다는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연극계 전체가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지원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연극 제작 환경은 너무 어렵고 대부분 제작자가 정부 지원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정부 지원은 꼭 필요하다. 나는 연극을 제작할 때 다행히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주는 편이다. 상업적으로 검증이 안 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작품도 많이 있는데 굳이 나까지 지원을 받아 동료들의 기회를 뺏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처럼 '꽃의 비밀'은 여느 연극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정영주, 장영남, 조재윤, 최영준, 이엘, 이연희, 김슬기, 안소희, 공승연 등 영화와 TV 등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세대가 다른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유부녀 네 명이 주인공이다. 남편들이 축구 경기를 보러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들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다룬다.
이번 공연은 '꽃의 비밀'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꽃의 비밀'은 2015년 초연했고 2016년, 2019년에도 공연했다. 네 번째 공연은 오는 2월8일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개막해 5월11일까지 공연한다.
10년 만에 네 번째 공연을 하는 만큼 이미 대중적으로 검증은 끝난 작품이다. 하지만 장진 감독은 부담이 크다고 했다.
"관객들의 웃음, 즉 코미디에 대한 취향은 정말 과격하게 바뀌는 것 같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이 지난 공연에서 아무리 흥행했다고 해도, 과거의 성공 사례를 믿는 건 너무 위험한 생각 같다. 그래서 바짝 긴장하고 새로운 웃음을 생각하며 초연할 때와 같은 심정으로 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관객의 취향에 맞춰 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늘 공연 흥행에 대한 부담은 크다.
"상업 연극을 위한 자본으로 제작을 했으면 무조건 망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제작자의 기본인 것 같다. 영화든 연극이든 손실을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당연히 해야 한다. 연출자 입장에서 흥행을 생각할 때 본전만 하면, 거의 손실을 안 입히는 정도만 돼도 제작진 모두 다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미련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울 때도 있다. 장 감독은 그래서 오히려 정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늘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깜빡하고 지원을 신청할까 봐 늘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그래야 나와 비슷한 입장의 동료들도 지원 신청을 참아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왼쪽부터 박선옥, 정영주(이상 소피아 역), 장영남, 이엘, 조연진(이상 자스민 역),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상 모니카 역), 김슬기, 박지예(이상 지나 역) [사진 제공= 파크컴퍼니)
원본보기 아이콘현재 한국 사회는 극도의 혼돈을 겪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정치적 상황 때문에 대립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갈등이 극한 상황에서 코미디극은 어떤 의미일까. 장진 감독은 사회 혼란이 극심할 때 코미디가 빛을 발해야 한다고 했다.
"코미디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사회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그 통쾌함 안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얘기한다고 배웠다. 모든 풍자는 권력 집단과 힘 있는 자를 향하게 돼 있고 그런 차원에서 지금 같은 세상에서 코미디가 빛을 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는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과거와 다른 변화가 있다며 그래서 연극의 또 다른 존재 가치를 느낀다고 했다.
"과거 같았으면 현재의 혼란 상황에 날이 섰을 것이고 응당 그렇게 해야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도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관객 중에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대,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연극을 보고 같이 웃으며 잠시나마 공감했다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어떤 (벌어진) 사이를 그나마 조금 좁혔다는 생각이 든다. 코미디 작가로서 공익적 측면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종 목적이 있다면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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