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네트워크 구축비'를 배우자 모임 회비로 쓴 대사관
이용선 의원, 외교부 내부 시스템 분석
외교 역량 키우랬더니 쌈짓돈처럼 지출
주요 인사 접촉 3건 중 1건은 내용 누락
해외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외교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재외공관에 배분되는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가 배우자 모임 회비로 쓰이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부터 지적받은 관리·감독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재외공관에서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대사 배우자 모임의 회비 또는 오찬 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용도와 다르게 집행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주과테말라대사관은 2022년 6월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예산을 외교단 배우자 모임 연회비로 지출했다. 주뉴욕총영사관은 올해 2월 연이틀 부동산 중개인과의 오찬에 사업비를 갖다 썼다. 공관 이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하지만, 집행 목적에 어긋난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는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업이나 비공개 정보 수집 업무, 주요 인사들의 친한화 등 목적으로 쓰여야 한다. 이 밖에도 주도미니카대사관에선 공관카드 연회비로 비용을 집행했고, 주프랑스대사관은 영사동 리모델링 설계사를 불러 식사하는 데 지출했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가 공관마다 쌈짓돈처럼 쓰인 배경에는 각국 주요 인사들에 대한 접촉 관리가 부실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선 의원실에서 외교부 내부 시스템을 통해 10개 대사관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인사 접촉 5135건 중 1393건(27.1%)에 대해서는 면담 내용이 아예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공관의 각 직원은 외교부 훈련에 따라 업무와 관련한 주요 인사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주요 인사 접촉 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주영국대사관은 최근 3년간 인사 접촉 366건에 대해 단 한 건도 면담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주일본대사관의 경우에도 인사 접촉 972건 중 946건(97.3%)에 대한 내용을 시스템에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오집행 사례가 적발됐던 주도미니카대사관 역시 113건 중 80건(70.8%)에 대해서는 인사 접촉 내용이 무엇인지 입력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와 관련해서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 '접촉한 주요 인사 관련 기록을 주요 인사 접촉 관리 시스템에 입력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주의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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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외교 역량을 키우기 위해 사용돼야 할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가 여전히 부실하게 관리되고 일부 공관에선 쌈짓돈처럼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재외공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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