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 등 파견해 의료 현장 건의 접수
대학병원, 중소병원 의료진 피로 호소
韓 증원유예 발언엔 "진정성 있는 호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전국 17개 대학병원, 중소병원 등에 비서관·행정관을 파견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으로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접수한 건의사항은 관계부처와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응급실 근무 의사에 대한 '신상털기'는 엄단할 사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비서실의 응급의료 현장 방문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5일부터 전날까지 8개 수석실의 비서관과 행정관을 17개 시·도 34개 대학병원, 중소병원 등에 파견해 상황을 확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 방문은 응급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아 현장에서 생명과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료진을 격려하고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청취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현장 확인 결과 "어렵다.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수련병원 즉,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응급 역량이 축소돼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 중이나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높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사직과 인력난 등을 호소했다"며 "비수련병원 등 중소병원은 대학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진료해 환자를 분산한 결과, 환자가 많이 늘어서 피로도가 함께 올라간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수가 문제, 환자의 대형병원 및 수도권 병원 선호와 쏠림, 민형사상 책임을 우려한 환자 인수 기피, 소방과 병원 간의 환자 진단과 분류상 이견으로 인한 원활한 환자 이송의 어려움 등은 집단행동 이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며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현장에서 의료인 민·형사상 면책과 지역 필수의료 확충·투자,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지방 중소병원 구인난 해소 등에 대한 건의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진료지원 간호사 채용 지원,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교수들 사기 진작 방안, 중환자실 지역 가산 수가, 권역거점병원 투자 확대 등의 건의도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병원 간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해 (의사들의) 연쇄 이탈, 재정 악화 등을 호소하면서 군의관, 공보의 파견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현재 병원의 재정상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건강보험 선지급금에 대해 내년도 상환을 유예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통상 의료진들은 9월에 병원을 많이 이동하는데, 최근에는 충청권, 강원권 병원 의사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많이 스카우트돼 자리를 옮기면서 지역 병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현장 방문 시 (받은) 건의사항 중에는 추석 응급의료 특별대책이나 의료개혁 과제와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홍보와 안내를 통해 보다 상세히 알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새롭게 제기된 사항이나 보완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파견 인력에 대한 '신상 털기', '마녀사냥'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선 "명백한 범죄 행위고 엄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의료계 내에서도 자정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대해 '2025년도 증원 유예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한 대표의) 진정성 있는 호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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