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관련 입장 계속 바뀌어
국민 관심 쏠린 정치적 사건 비화
‘성역 없는 수사’ 원칙 예외 없어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대통령실과 김 여사 측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다. 애초 대통령기록물 운운하며 반환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김 여사가 돌려주라고 했지만 지시를 받은 행정관이 깜빡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포장된 채로 창고에 보관 중’이라던 말은 ‘행정관이 포장을 뜯었다가 다시 포장해 보관 중’으로 바뀌었다.
청탁금지법에는 수수가 금지된 금품을 받은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금품을 받는 걸 금지하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명백한 처벌의 공백이지만 최소한 명품백 수수 건으로 김 여사를 기소하는 건 불가능하다.
고발인은 뇌물죄로도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에 비춰 공무원이 아닌 김 여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직무관련성, 대가성 등 요건이 입증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반면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의 ‘수수 금지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지체 없이 서면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신고 대상이 ‘소속기관장’으로 돼 있어 윤 대통령이 본인에게 신고했어야 했는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론적으로 김 여사는 처벌 조항이 없고, 윤 대통령의 경우 설사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되더라도 임기 중에는 기소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특권을 갖기 때문이다.
어차피 기소할 수 없는데, 기소를 전제로 수사하는 검찰이 왜 굳이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해야 되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형사사건이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정치적 사건이 돼 버렸다.
김 여사에게 ‘선물로 줄 명품백을 들고 온다는 최재영 목사에게 왜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지’, ‘실제 최 목사가 갖고 온 가방을 왜 현장에서 거부하지 않았는지’, ‘돌아가는 최 목사에게 왜 가방을 돌려주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적으로 기소가 가능한지와 상관없이 국민들은 영부인이 고가의 선물을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건지 의아해하고 있다.
경호 문제를 이유로 방문조사나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방법을 선택한다면 제대로 된 수사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도 함께 조사해 기소든, 불기소든 결론을 내야 한다.
김 여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애초 고가의 선물을 거부하지 않아 비롯된 결과다. 김 여사의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나 여당 입장에선 출석 문제와 관련해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여사의 검찰 출석은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그것 말고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 검사 윤석열을 대통령 윤석열로 만들어준 ‘성역 없는 수사’ 원칙에 대한 소신을 윤 대통령이 본인이나 김 여사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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